21~22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세종문화회관 올려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전통악기 소리를 뚫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호족장은 뒤로 빨리 나가야지, 실제 공연에서는 무대 뒤에서 옷 갈아입고 나가야 되는 시간이야.” 절도 있는 45인 군무가 끝난 후 호족장과 환웅, 웅녀의 춤이 이어진다. 신화로만 여겨 온 단군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무용작품 ‘신시(神市)-태양의 축제’의 연습 현장이다. 목소리 높여 지시하고 바삐 손짓하는 이는 국수호 전 국립무용단장. 그는 “요즘 젊은 무용수들이 ‘퓨전 한국춤’을 추다 보니 제 작품을 연습할 때는 항상 동작을 더 다듬으라고 한다. 전통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국 전 단장과 서울시무용단의 첫 합작공연으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을 이뤘던 홍산문화(紅山文化)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 전 단장은 “작품 의뢰를 받은 게 3월이었는데 광복 70주년이라고 무조건 현대사를 담기보다는 우리민족의 기원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십수 년 전부터 홍산문화 자료를 수집해 왔는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작품이라니, 마침 잘됐다 싶었죠. 우리 역사책에도 나오지 않은 홍산문화를 배경으로 기원 전 5000년의 유물이 무대 미술로 펼쳐지고 이전에 보지 못한 안무가 더해질 거에요.”
신시는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인간 세상을 동경한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3,000명의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나라를 연 도시로, 단군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7,000년 전 하늘의 아들 환웅은 사람 세상이 보고 싶어 지상으로 내려온다. 땅에선 웅(熊)족과 호(虎)족이 전쟁을 벌이고, 전투 끝에 웅족이 승리한다. 환웅은 승자와 패자를 아우르며 신시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연다. 전쟁 장면에서 45명의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거대한 군무가 장관을 이룬다.
연습 한 시간여 만에 땀으로 범벅된 단원들이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서울시무용단 관계자가 “국 선생님 작품은 역동적인 동작이 많아 무용수들이 유독 애를 먹는다”고 귀뜸했다.
환웅과 웅녀의 사랑을 표현하는 2인무는 작품의 백미다. 이대로 무대에 올려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춤을 선보인 군무와 달리 2인무를 맡은 무용수 신동엽 박수정은 아직 어색한 기운이 역력했다. 국 전 단장은 “수십 명이 맞춰야 하는 대규모 장면은 거의 다 완성됐고, 이제 주역들 개별 안무를 다듬을 차례”라고 말했다.
국 전 단장은 그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고대 이야기를 토대로 ‘고구려’ ‘그 새벽의 땅’ ‘천마총의 비밀’ ‘낙랑공주’ 등 수많은 역사춤극을 제작해왔다. 그는 “그간 꾸준히 다룬 역사춤의 완결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춤은 인간 본연의 모습과 생각을 몸짓으로 말하는 거죠. 이번에는 하늘, 땅과 소통하는 인간의 모습,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모습, 그러니까 천지인의 홍익 사상을 보여줄 겁니다. 인간과 인간이 부딪치고 사랑하면서 빚어지는 사회의 갈등과 이해, 포용, 그러면서 다른 인간이 탄생하는 게 마지막 장면이 될거예요. 결국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적을 용서하고 껴안으며 살아야 한다는 근본 주제가 ‘신시’에 담겨 있습니다.”
21~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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