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오승욱·홍원찬·한준희 감독 초청
네 편 모두 제작비 30억 미만 수작
"칸이 주목하는 신진 감독 등장 고무적"
한국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는 대가 호칭이 따르는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 대신 새로운 인재들이 등장했다.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올해 초청된 한국영화는 세 편이다. ‘마돈나’(감독 신수원)와 ‘무뢰한’(감독 오승욱)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오피스’(감독 홍원찬)가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각각 상영된다.
세 작품의 감독 이름은 대중의 귀에 익숙지 않다. 신 감독은 ‘레인보우’와 ‘순환선’ 등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으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 감독은 ‘킬리만자로’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메가폰을 잡았다. 중고 신인인 셈이다. 홍 감독은 ‘오피스’가 첫 장편영화다. 데뷔작으로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까지 포함하면 올해 칸영화제는 모두 낯선 얼굴들이 한국영화를 대표하게 됐다.
또한 칸으로 향하는 네 편 모두 제작비가 30억원 아래인 중저가 영화다. 다분히 한국 영화산업의 지형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투자배급사들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업영화에만 투자하려 할 뿐 영화제를 겨냥해 튀는 영화에 제작비를 쏟아 부으려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개성 강한 장르영화에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영향을 줬다”며 “칸영화제 진출에 따른 마케팅 효과가 예전보다 못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상업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중저가 수작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화선’과 ‘올드보이’ ‘밀양’ ‘하녀’ 등 과거 칸영화제 초청장을 받았던 주요 영화들은 중급 이상의 예산을 들여 일정 수준의 작품성과 장르영화로서의 독특한 개성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칸영화제에 진출하고 수상까지 하고 나면 이를 흥행에 적극 활용했다. ‘취화선’과 ‘밀양’은 칸영화제 감독상과 최우수여자배우상 수상을 계기로 흥행 뒷심을 얻었고, 국내 종영 뒤 칸을 찾았던 ‘올드보이’는 이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고선 재개봉했다. ‘하녀’도 경쟁부문 초청에 힘입어 예상보다 많은 관객(230만4,487명)이 찾았다.
영화계에서는 칸영화제를 계기로 신진 그룹이 등장한 것을 반기면서도 ‘국가대표 감독’의 세대 교체로 해석하긴 무리라는 시각이다.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 봉준호 감독의 ‘옥자’, 나홍진 감독의 ‘곡성’ 등은 완성만 되면 언제든지 칸영화제의 환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여전히 칸이 주목하는 사람은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이라고 단언했다. 전씨는 “그래도 오승욱 신수원 한준희 등 칸이 주목할 새로운 감독들이 나온 점은 고무적”이라며 “올해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