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굴된 정지용 시인의 시와 산문 전부를 수록한 전집 ‘정지용 전집 1 시’ ‘정지용 전집 2 산문’(서정시학)이 출간됐다. 1988년 나온 김학동 교수의 ‘정지용 전집’(민음사) 이후 27년 만에 나온 전집으로 100여편 이상의 작품이 추가됐다. 정지용 연구자인 최동호 경남대 석좌교수가 후배 연구자인 송민규 최호빈 김동희 최세운씨와 함께 2012년부터 10년 이상 작업한 끝에 창작시 167편, 일본어시 47편, 번역시 65편, 산문 168편 등 총 447편을 수록했다.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동호 교수는 “김학동 선생의 전집은 30년 가까이 정지용 연구에 크게 기여했으나,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이후 작품이 새로 발굴되기도 해서 개편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지용이 일본 동지사대 예과시절 일본어로 쓴 자료를 다량으로 발굴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작품들은 지용의 초기 시편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지용은 동지사대 재학 중이던 1925년을 기점으로 민요체 시에서 모더니즘 시로 방향을 전환한다”며 “천재 시인으로 알려졌던 지용의 초기 방황과 모색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평했다.
‘바다’ 연작의 열 번째 시편도 처음 공개됐다. 시인은 배를 타고 일본을 오간 경험을 바탕으로 연작을 발표했는데, 열 번째 시는 ‘부인공론’이라는 무명의 문예지에 실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산문 중에는 1936년 8월 ‘신인문학’에 수록된 ‘시인 정지용씨와의 만담’이 발굴됐다. 기자는 지용을 “아름다운 시와 영롱한 시를 쓰는 조선시단의 기린아”라고 일컬었고 지용은 “중학(고등보통고등학교) 4,5학년 때 처음 민요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좌파 평론가 김동석의 평론집 ‘부르주아의 인간상’에 대해 지용이 쓴 서평(1949년)과 그가 남에서 쓴 마지막 육필원고로 추정되는 정진업의 시집 ‘얼굴’ 해설 원고(1950년)도 찾아 실었다.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해방기 지용이 쓴 산문들은 ‘그가 정말 좌파적 사고로 월북했을까’라는 질문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지용이 일본어로 쓴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도 기존 전집과의 차이점이다. 거의 100년 전에 쓰인 글이라 현재 일본에서 쓰이지 않는 말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으나, 고려대 박사과정 김동희양이 작성한 초고를 김춘미 고려대 일문과 명예교수가 검토하고 유종호 문학평론가가 감수하며 정확도를 높였다.
수록된 279편의 시 중 연구자들이 원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단 20여편으로, 그만큼 원전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정지용은 한국 언어를 예술 언어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근대시의 아버지”라며 “이번 전집을 토대로 외국 이론에 의지하지 않는 독자적 연구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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