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비노(非蘆)계에 속하는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정 최고위원에 대한 출당조치를 문재인 대표에게 요구했다.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른 의원들과 함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앞서 비노성향 당원들은 정 최고위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했다. 윤리심판원의 징계는 당적 박탈부터 당원자격정지 등의 중징계가 포함돼 있다. 문 대표가 갈등 수습을 위한 특단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당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최고위원의 막말에 반발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그제 정 최고위원이 그의 지역구인 여수까지 찾아가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당내 비노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문 대표가 뼈를 깎은 혁신을 하고, 친노 단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나 행동으로 옮기는 게 없다고 비판한다. 최근 문 대표를 만났던 김한길 전 대표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가 공갈 발언에 대한 정 최고위원의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라고 했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는 압박이다. 물론 김 전 대표 등 당내 중진들이 현 단계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분당 등 야당 분열을 경계하는 기류도 강하다. 하지만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없으면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 등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이날 긴급모임을 갖고 문 대표에게 당 운영 방식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발 신당 움직임은 잦아들었지만 당내 분열이 격화되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당이 내부갈등으로 지고 새니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나 민생 현안 등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등 제1야당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국민연금 세금 폭탄론 등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전혀 힘이 실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는 올라가는데, 야당의 지지도는 계속 뒷걸음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가다간 제1야당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도 언감생심이다. 문 대표는 친노 계파의 한 수장을 넘어 제1 야당의 대표로서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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