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노련한 볼 배합 투수 리드
강민호 9홈런에 타율 3할1푼4리
정상호 도루 저지율 가장 높아
이지영ㆍ장성우 등도 빅3 대추격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의 최대 격전지는 포수 부문이었다. 잘한 선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확실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에 오른 양의지(28ㆍ두산)와 김태군(26ㆍNC), 이지영(29ㆍ삼성) 중 누구 한 명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성적도 엇비슷했지만 97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 10홈런 46타점을 올린 양의지가 ‘그들만의 전쟁’에서 웃었다.
도토리 키 재기였던 ‘안방’이 1년 만에 확 달라진 모양새다. 시즌 초반부터 맹위를 떨치며 포수들의 역습을 알렸다. 대표 주자는 양의지와 강민호(30ㆍ롯데), 정상호(33ㆍSK)다. 양의지는 11일 현재 타율 3할2푼7리 7홈런 24타점, 강민호는 타율 3할1푼4리 9홈런 24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 2할9푼1리 4홈런 17타점의 정상호는 이들에 비해 타격이 다소 뒤처지지만 도루 저지율은 3할5푼7리로 가장 높다. 이들은 모두 규정 타석을 채웠다.
빅3의 이유 있는 상승세
양의지는 공격형 포수 타이틀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방망이는 여전히 잘 치면서도 노련한 볼 배합으로 투수들을 곧잘 이끈다. 올해 마야의 노히트노런, 유희관의 생애 첫 완봉승을 견인했다. 투수들이 변화구를 마음껏 던질 수 있도록 몸도 아끼지 않는다. 두산은 올해 폭투가 8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양의지는 지난해와 같은 올해 연봉 2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고 말할 만큼 주전 포수의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현역 최고 포수로 꼽힌 강민호는 2013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75억원 잭팟을 터트렸지만 이듬해 극도로 부진했다. 몸값을 못해 팬들의 질타도 많이 받았다. 강민호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헬멧에 ‘간절’, ‘소중’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마음을 다잡았다.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표현한 그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정상호는 포수 중 가장 듬직한 체구(187㎝ㆍ100㎏)에도 부상을 달고 살았다. 프로 11년 통산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좋은 재능을 갖추고도 저평가된 이유다. 정상호는 올해 부상 없는 시즌에 초점을 맞췄다. 또 높아진 스윙 궤적을 바탕으로 첫 20홈런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그는 “골든글러브를 한 번 받아볼 때가 된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포수 전쟁’ 나도 있소
언제든 판도는 뒤집어질 수 있다. 시즌은 아직 100경기 이상 남아 있다. 이들‘빅3’에 가려 있지만 이지영도 주목할 만하다. 진갑용(삼성)과 번갈아 출전하느라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투수 리드와 강한 어깨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시즌 2할9푼1리에 그쳤던 도루 저지율이 5할3푼3리로 크게 뛰어 올랐다. 7번의 도루를 허용하면서 8개를 잡아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지영의 도루 저지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장성우(25)도 기대를 모은다. 전 소속 팀에서는 강민호라는 큰 산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회의 땅으로 왔다. 아직 팀에 적응할 시간을 갖기 위해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지만 조범현 kt 감독은 장성우에게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명품 포수 조련가로 유명한 조 감독은 “장성우를 최고 포수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9구단 NC에서 1군 첫 해인 2013년부터 꾸준히 안방을 지킨 김태군도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