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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완종 게이트와 정치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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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완종 게이트와 정치생명

입력
2015.05.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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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토블론사건’이 있었다. 1995년 모나 살린(Mona Sahlin) 부총리가 유력한 사민당대표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에서 어느 석간신문이 살린의 업무용카드 사용을 보도했다. 살린이 사적으로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렌트하고 현금도 인출했다는 것이다.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전체 비용은 900만원 정도였고 살린은 급여를 받아 이를 메워 왔다. 업무용카드를 가불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구입한 물건 중에 토블론 초콜릿이 두 개나 있어 토블론사건이 됐다.

당시 언론은 살린의 사생활까지 파헤쳤고 살린은 결국 부총리직을 내려놓고 당대표의 꿈도 접었다. 조사에 나선 검찰은 이 사건을 횡령이라기보다 업무용카드의 사용 규칙이 불분명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 후 살린은 재기를 꿈꾸며 2007년 최초의 여성 사민당대표가 됐지만 토블론사건에 발목 잡혀 2010년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생명이 끝났다.

‘성완종사건’으로 시끄럽다. 경남기업의 성완종 회장은 전ㆍ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총리, 새누리당 국회의원, 새누리당 도지사 및 시장에게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메모 등을 남기고 자살했다. 연루된 자들은 하나 같이 그를 잘 모른다거나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어디 이뿐이랴,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불법자금을 받았을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 부패의 가장 큰 근원인 정경유착에도 너무 관대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연루된 인물이 속한 여당이 4ㆍ29 재보선에서 압승할 수 있단 말인가? 부정부패에 대한 총체적 불감증이다.

왜 스웨덴과 한국은 정치권 비리에 이렇게 다른 자세를 보일까. 그런 점에서 토블론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이 사건은 스웨덴 ‘공개 원칙’의 산물이다. 모든 기관의 업무나 예산사용 등은 완전 외부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내부 직원도 자기 기관의 업무나 비리에 대해 언제나 언론을 통해 공개할 권리가 있다. 토블론사건도 어느 기자가 살린의 업무용카드 사용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공개 원칙이 스웨덴 공직사회를 청렴하고 투명하게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로 토블론사건은 투명한 사회를 위한 기자들의 막중한 역할을 증명한다. 언론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서로 다투어 취재하는 게 아니라 항상 사회 구석구석을 뒤지며 문제와 비리를 들춰내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스웨덴의 정치ㆍ경제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언론이다. 스웨덴의 굵직굵직한 모든 사건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기자들의 작품이었다.

셋째, 토블론사건은 정치인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검찰이 업무용카드를 가불형태로 사용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살린은 이 사건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스웨덴 국민은 신뢰를 잃은 정치인을 용서하지 않고 투표로 응징했다. 스웨덴이 세계 청렴도 순위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이러한 단호함과 사회문화에 기인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부정부패를 분명히 척결해야 한다. 자살 전 남긴 메모와 육성녹음을 보면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자금을 뿌린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사건을 놓고 야당 대표로부터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하고 범법자들을 엄격히 처벌받게 해야 한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영원히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없고 신뢰사회를 세울 수 없다. 언론은 모든 비리를 파헤치는 데 자신의 존재이유를 두고 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국민의 눈이 돼야 한다. 국민은 결코 정치인들의 비리를 용납해서는 안 되고 투표로 비리에 연루된 자들의 정치생명을 끊어야 한다. 성완종사건은 한국이 정의로운 선진사회로 가는 시금석이 돼야 한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ㆍ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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