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새로운 틀’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양국이 처음으로 ‘중러 동북아 안보 대화’를 가진 사실도 공동성명에서 확인됐다. 미일 동맹 강화와 중러 안보 협력이 한반도에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서명 발표한 ‘중러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의 심화와 공동 번영 제창을 위한 연합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협조와 협력을 증진하고 대화와 소통을 진전시키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동북아 각국의 이익과 관심을 고려하는 기초 위에 ‘지역 평화 안보의 새로운 틀’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또 “처음으로 열린 ‘중러 동북아 안보 대화’의 결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러 동북아 안보 대화’는 지난달 2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태 담당 차관을 대표로 한 회의에서 양국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한 뒤 이 지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솔직한 소통과 협상을 벌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한 양자 회담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 ‘중러 동북아 안보 대화’ 개최 사실이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첫 동북아 안보 대화를 가진 데 이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동북아 안보 틀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정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크다. 공동 성명은 “일방적으로 전 지구적 범위의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 정세의 안정에 유리하지 않고 국제 안보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다른 나라 안보의 희생에 의지해 자기 나라 및 집단의 안보를 보장하려는 시도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MD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앞서 류 부장조리도 올 3월 한국을 방문,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새로운 동북아 안보의 틀은 미일에 맞선 중러 중심의 새로운 지역 안보 기구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기존 안보 관련 기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대조국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찰떡 공조를 과시한 중러 양국은 11일부터 지중해와 흑해 일대에서 ‘해상연합-2015’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연합해상훈련에는 양측에서 9척의 군함이 참가한다. 중국군은 북해함대 소속 054A형 미사일 호위함 웨이팡함과 린이함, 종합보급선인 웨아산후함, 함상 헬기 2대, 특전부대를 파견했고, 러시아는 흑해함대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함을 비롯해 각종 호위함과 상륙함 등을 투입했다.
중러는 오는 9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동해 합동 해상 훈련에서 군사 안보 협력을 다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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