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이 기본 설계
이르면 내년 말 서비스 개시
3국 대표 작가 10명과 저작물
검색 가능한 시범 사이트 구축
유로피아나(www.europeana.eu)는 유럽연합의 여러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기록보존소 등 2,300여 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한꺼번에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도서관이다. 2008년 문을 연 이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가면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향 자료를 연관 검색으로 한꺼번에 열람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의 국가 대표 도서관 소장 자료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아시아판 유로피아나’가 이르면 내년 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과 중국국가도서관, 일본국회도서관이 참여한 한중일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CJKDLI : China-Japan-Korea Digital Library Initiative)의 파일럿 사이트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4차 실무회의에서 발표됐다.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이 설계한 이 사이트는 한중일 3국의 대표 저자 10명과 저작물을 한자리에서 검색할 수 있게 만든 시험판이다. 세 도서관은 2010년 8월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 협정을 맺고 협력해 왔다. 중국은 디지털도서관의 컨텐츠로 사서오경과 역대 시문 등 동아시아의 고서 판본과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문화유산을 제안했다. 3국은 올해 연말 일본에서 5차 실무회의를 열어 한중일 디지털도서관의 구체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중일 디지털도서관은 단순히 책의 저자, 제목 등 서지 목록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책에 있는 모든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개방형 연결 데이터(LODㆍLinked Open Data)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작가의 책을 검색하다 마주친 지명이 궁금해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그 지명을 다룬 중국과 일본의 책과 거기에 연결된 또다른 정보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식이다. 종전의 키워드 중심 검색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불러내는 것과 달리 연관 정보만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도 LOD 기반 정보시스템의 장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개관 7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미래형 사업이다. 디지털도서관을 만들려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게 우선이지만, 진행 속도는 한참 느리다.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는 올해로 1,000만권을 돌파했지만, 디지털화 대상 자료 250만 5,269책 가운데 중 디지털화를 마친 것은 18.2%에 불과하다. 그중 저작권이 소멸했거나 이용 허락이 난 자료 15만여 건은 안방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고, 저작권 보호 자료는 전국의 1,700여개 협약 도서관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디지털화가 안 된 자료 204만 9,153책을 디지털화하려면 약 1,000억 원이 필요하다. 재작년까지 10억원이던 관련 예산이 지난해 28억, 올해 21억으로 늘었지만 이 속도라면 새로 생산되는 자료는 빼고 현재 있는 것만 디지털화한대도 앞으로 50년이 더 걸린다. 한중일 디지털도서관의 한국 컬렉션이 충실해지기 위해서라도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10월 지금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관 자리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장서는 28만 5,000여권에 불과했다. 장서 1,000만권을 돌파하기까지 7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식과 정보의 지형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시대의 개막이다. 국가의 모든 지식정보자원을 빠짐없이 수집하고 보존해 서비스하는 것이 국립중앙도서관의 임무인 만큼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이 시대 국립중앙도서관이 꼭 해야 할 일이 됐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전자책, 전자저널, 음성파일 등 온라인 자료 363만건을 갖고 있고, 국내외 기관과 연계해 2억 2,000만여 건의 온라인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비공개를 전제로 출판사의 출판용 편집파일, 학술논문 유통사의 전자저널 학술지 기사 391만 건도 수집해 놨다. 올해 3월 방송사 SBS와 맺은 업무협정에 따라 SBS의 방송영상 비디오테이프 29만여 점과 디지털 파일도 국립중앙도서관 컬렉션에 포함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개관 70주년 기념 행사는 14일 기념식을 시작으로 6월까지 특별전시, 저자 초청 강연, 국제 심포지엄 등이 이어진다. 6월 17일까지 본관 로비에서 하는 특별전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을 담다’는 해방 후 시대별 교과서, 문학작품, 잡지 등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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