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ㆍ지급율 5년마다 추산ㆍ조정
제도 보완 없이 모두 소진돼도
해마다 필요한 재원 걷을 수 있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나중에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로, 일종의 ‘괴담’처럼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불안감을 키우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금이 고갈된다 해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보험료 중 일부를 수급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돈을 기금으로 쌓아두는 ‘부분 적립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1월 기준 가입자는 2,114만명, 수급자는 355만명인데, 수급자가 가입자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기금이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총생산(GDP)의 35%인 460조원이며, 2043년엔 2,561조원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연금을 받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면서 기금은 2043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에는 모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추산은 현재의 보험료율(9%)과 지급율(1%)이 계속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계산일 뿐이다. 기금 운영 주체인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을 추산한 후 기금 운영 계획을 다시 세운다. 때문에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이 오르거나 지급율이 변하면 기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007년에도 소득대체율을 20년에 걸쳐 60%에서 40%로 줄이는 개혁을 통해 당초 2047년으로 전망됐던 기금 소진 시기를 2060년까지 연장되도록 했다.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도 보완이 계속 이뤄진다는 얘기다.
만일 2060년까지 현 연금제도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아 기금이 소진된다 해도, 연금은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보험료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운영하지만, 100년 전부터 연금제도를 시행해 온 복지 선진국들은 초기에만 기금을 적립하다가 제도가 성숙된 이후에는 그 해 연급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 걷어서 주는 ‘부과 방식’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이미 1900년대 초반에 연금을 도입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중반 기금이 거의 소진돼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적연금 제도를 실시하는 170여개국 중 연금 지급을 중단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1980년대 남미 국가들과 1990년대 옛 공산주의 국가들이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연금은 지급했다.
그럼에도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 ‘저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기금이 없어지면 받을 돈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가 이전 세대를 부양하고, 다음 세대가 현 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의 사회보험으로, 세대간 연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법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ㆍ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국가가 급여 지급을 책임진다”며 “아직 연금 제도 시행 초기라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많지만, 국민연금은 반드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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