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띵’ ‘대도서관’ 같은 이른바 ‘1인 제작자’들이 법인 설립까지 하는 등 유튜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동영상 시청자들은 빠르게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타임라인에서 흘러가듯 영상을 소비하고, 재미 있으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는 패턴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영상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채널로는 ‘고탱의 비디오’ ‘유준호’ ‘쿠쿠크루’ 등이 손꼽힌다. 특히 ‘고탱의 비디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고탱(29ㆍ본명 고태원)은 10~20대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페이지 구독자는 49만명에 달하고, 동영상이 한번 올라오면 20만~30만 번 조회되고 1만 건 이상의 ‘좋아요’ 를 받는다. ‘유튜브 스타’에 이은 ‘페이스북 스타’의 탄생이다.
겨우 1년 만에 자기 힘으로 '스타 탄생'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인기를 얻게 된 데 불과 1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탱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처음엔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몇 개 찍어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친구를 뛰어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퍼지는 것을 보고, ‘아예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서 이런 영상을 더 많이 올려 볼까?’ 하고 생각했어요.” 페이지 개설 후에는 페이스북 특성에 맞게 짧고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글 없이 영상으로만 소통해보자고 생각해 별다른 설명 없이 동영상만 올렸다. 매일 영상 한편씩은 올리자고 계획해 그대로 했다. 그러자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수십 만 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고탱은 지난해 4월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의 영향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건이 벌어지고 한동안 쉬었던 코믹 영상을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했더니 오히려 이런 영상을 더 많이 만들어 올려 달라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는 “‘영상을 보면 힘이 많이 돼요’라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는데, 그때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 그의 가장 열성적인 팬은 10~20대 학생들이다. 그는 “얼마 전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함께 인증사진을 찍자는 팬들이 몰려들어 2시간 동안 묶여 있었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한 순간에 벼락 스타가 된 것 같지만 사실 고탱이 영상 제작을 처음 시작한 건 2009년이다. 당시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처음 접한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얘기를 풀어내는 것이 신기했고, 서로 영상을 통해 소통한다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직접 영상도 만들어 보고, 유튜브 제작자들의 모임에도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이런 이력 때문에 고탱은 인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을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물론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을 만들고 피드백 받는 일이) 저 스스로도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명방송사 PD 합격했지만 '내 길을 가겠다'
그러나 20대 후반인 그 역시 여느 20대 못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그는 지난해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유명 방송사의 PD직에 합격했지만 포기했다. “4시간 정도 걸으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것 같아요. 과연 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이 길을 갈 것인가, 많이 고민했죠” 그는 방송사 PD뿐만 아니라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합류 제의도 최근 거절했다. 영상 제작의 자율성이 사라지는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MCN이란 마치 보컬그룹을 육성하는 연예기획사처럼 대기업이 1인 영상 제작자를 지원하고 수익을 내는 신규 사업 모델을 말한다.
대신 그는 자신과 비슷한 동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선바, 오민초, 최승현 등)과 힘을 모아 최근 자체적인 MCN을 만들었다. 이름은 ‘웃음 코뿔소’이다. 실제 법인을 세운 것은 아니고 자유롭게 영상을 창작하기 위한 창작 집단 정도의 개념이다. “저희들끼리 놀다가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박수를 치면서 웃는 동작이 나오는데, 그런 동작을 ‘코뿔소 박수’라고 부르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짓자고 했습니다” 그는 장소부터 식비까지 거의 자신이 유튜브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수입으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작정이다. “돈 때문이 아니라 콘텐츠 때문에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고, 이걸로 어떻게 돈을 빨리 벌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콘텐츠가 재미있어서 모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본보기가 돼서 영상 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영상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꾸준히 하는 것을 보면서 자극 받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글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김연수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사진 및 영상 제작 김태환 PD joki8@hk.co.kr
아래 영상은 ‘고탱의 비디오’ 영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플레이한국’과 고탱이 함께 기획한 영상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