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ㆍ이종걸 "신뢰" 강조 불구
공무원연금 등 현안싸고 신경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의 10일 첫 만남은 팽팽한 긴장 속에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지난 7일 선출된 새정치연합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지만, 4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탓에 숨돌릴 틈 없이 협상이 전개됐다.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ㆍ원내수석부대표 ‘2+2’ 회동에서 한 목소리로 ‘신뢰’를 강조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자는 바람을 담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4월 임시국회 파행의 책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모두발언에서 새누리당은 얼어붙은 여야관계를 녹이는 데 주력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새누리당 단독 표결 처리에 대해 “충분한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같은 것은 추구하고 다른 것은 남겨두되 여야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최대한 넓혀나가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며 전임 원내지도부와 진행해 온 주례회동을 계속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한 공적연금 강화 합의를 지키는 게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신뢰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공공성 강화와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정부 잘못으로 인한 연말정산 세금폭탄 문제를 해결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면서 “서로 노력해 연대정신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생현안 문제에 있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앞선 주말 동안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며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을 사전 조율하기까지 했지만 회동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자 회동장 주변에서는 첫 만남부터 성과 없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회동에 앞서 ‘선(先)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 방침을 재차 강조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날 회동에 찬물을 끼얹은 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휴식시간 없이 4시간 넘게 진행한 비공개 회동 끝에 오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처리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최대 쟁점인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논의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얘기를 주로 들었다”며 “공무원연금 문제는 새누리당이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해 야당에 추후 논의하자고 양해를 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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