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선수들이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막내의 반란이 시작됐다. 제10구단 kt가 기나긴 부진을 딛고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진입한 kt는 지난 4월까지 3승22패 승률 0.120에 머물며 힘든 적응기를 거쳤다. 신생팀인 만큼 어려운 출발이 예상되긴 했지만 계속되는 연패에 분위기까지 더 떨어져만 갔다. 조범현 kt 감독의 한숨도 계속됐다. 조 감독은 취재진에 "선수들도 마음처럼 안 되니 많이 답답하고 힘들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나쁜 기록은 쓰지 말아 달라"며 마음을 썼다.
분위기는 한 순간에 바뀌었다. 지난 5일까지 3승26패 승률 0.103에 그쳐 1할대 승률 붕괴 위기까지 몰렸던 kt는 지난 6일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난 뒤 9일 LG전까지 창단 후 첫 4연승을 달렸다. 이 기간 팀 타율 0.326으로 매서운 타선을 선보였고, 팀 평균자책점은 3.50으로 단단했다.
그간 남몰래 흘렸던 땀이 진가를 발휘한 결과다. kt 선수들은 개막 후부터 유일한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자진해서 구장에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 주장 신명철을 비롯해 베테랑들도 빠지지 않는다. 원정 경기를 떠나는 날에도 훈련을 마친 뒤 이동을 할 정도다.
구단도 선수단 보강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올 시즌 들어 벌써 두 번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LG에 유망주 투수 이준형을 내주고 포수 윤요섭과 내야수 박용근을 받아왔고, 지난 2일에는 박세웅과 안중열, 이성민, 조현우를 롯데로 보내고 장성우와 최대성, 하준호, 이창진, 윤여운 등을 데려왔다. 팀의 유망주들을 내줬지만 즉시전력감을 택하며 팀에 경험과 안정감을 더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하준호는 이적 후 6경기에서 타율 0.370(27타수 10안타)를 기록하며 kt의 약점이던 외야 수비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중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kt가 4월에 비해 훨씬 짜임새를 갖췄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들도 점차 제 기량을 찾고 있다. 시스코와 어윈은 4월까지 승리 없이 각각 4패 평균자책점 7.89, 3패 평균자책점 7.85에 그쳤다. 하지만 5월 들어 시스코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고, 어윈은 5월에 나선 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63을 올리며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의 보물도 발견했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뛰다 특별지명으로 팀을 옮긴 장시환은 빠른 볼을 갖고 있지만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만년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올해 14경기에 나와 2승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으로 맹활약하며 마운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신명철은 "분위기가 잡혀 잘 하는 게 아니라, 잘 하면서 분위기가 더 잡혀간다"고 말했다. 장시환은 "연패에 빠졌을 땐 분위기도 좀 그랬는데, 이기면서 선수들이 파이팅도 많이 내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9구단 NC도 1군 첫 시즌이었던 2013년에는 4월까지 4승1무17패 승률 0.190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5월 들어 12승1무10패 승률 0.545로 살아나면서 점차 1군 무대에서 적응해 7위로 시즌을 마쳤다.
NC의 행보와 비교해도 kt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NC의 2013시즌 최다 연승은 4연승이었다. 38경기째인 2013년 5월22일 SK전부터 25일 KIA전까지였다. kt의 이번 4연승은 30경기째부터 시작됐다. NC보다 더 빨리 흐름을 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막내 구단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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