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경비함 배치해달라"
“중국어선이 최근 연평도 부근에만 150척 가까이 들어와 있습니다. 정부가 해경 경비함정을 1척이라도 투입해줬으면 합니다.”
지난달부터 봄 꽃게 조업이 재개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여파로 해양경찰이 해체된 이후 중국어선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서해 5도 어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10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중국어선 수는 하루 평균 346척에 이른다. 지난달 1일 꽃게 조업이 재개된 직후 하루 180~220척이던 중국어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하루 230척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그보다 100척 정도가 늘었다.
국민안전처는 앞서 최근 NLL 북쪽 북한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 하루 평균 300여척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평도 인근 북한해역에만 하루 평균 120여척으로 이는 작년보다 45%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어선 대부분은 NLL 북한수역에서 조업하고 있으나 일부는 NLL을 오르내리면서 우리 어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인천해경서는 올 들어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 5척을 나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나포된 중국어선이 없었다.
박태원(55) 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어선이 우리 NLL을 침범해 조업하는 것도 문제지만 쌍끌이 방식으로 바닷속까지 긁어가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게 더 문제”라며 “수온상승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겹치면서 어획량이 급감해 근심이 많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해경안전본부가 중국어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안전본부는 대청도에 경비함정 1척을 배치하는 등 지난달부터 경비함정을 3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연평도에 특공대 2개팀과 고속보트 1척을 배치하고 있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해경 특공대가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지만 고속보트 1척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경비함정을 투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인천해역의 꽃게 어획량이 수온 상승 등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0~70% 줄어든 1,600∼2,200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표 꽃게 어장 중 하나인 서해 5도는 4~6월, 9~11월에만 한시적으로 꽃게 조업을 할 수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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