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척추 과잉치료
일부 병원들 치료비 부풀리려
검증 안 된 신기술 치료 권유
시술 대상 등 지침 마련해야
‘척추 과잉치료’가 개원가의 범위를 넘어서서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대학병원에까지 번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척추 과잉치료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문제의 근원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가이드라인 부재’와 마주하게 된다.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신기술이 나왔는데, 정작 진단과 치료의 바로미터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병원에 따라, 의사에 따라 적응증 등이 멋대로 흘러가는 데도 이를 멈출 브레이크가 없는 셈이다.
척추 과잉치료 눈총을 가장 따갑게 받고 있는 대상은 이른바 ‘패키지 시술’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보존적 치료법이 있는 데도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에게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등 이런 저런 ‘비급여 치료’를 동시에 받도록 권하는 것이다. 이는 치료비 부풀리기가 목적으로, 의학적 판단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며 한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MRI 촬영 결과, 허리 디스크 한 마디가 검게 변색돼 있는 것 이외엔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는 원래 디스크가 안 좋았는데, 디스크에 약간의 균열이 온 탓에 갑작스런 요통이 발생한 것일 확률이 아주 높다고 봐야 한다. 복수의 전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경우 경막외주사를 2회 정도 시행하면 대부분 증상이 좋아지고 이후 재활치료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일부 척추병원은 이런 환자에게 ‘디스크가 죽었다’고 겁을 주어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전문의들이 두루 인정하고 치료에 참조할 만한 학회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학회가 과잉진료의 확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자성론이 최근 들어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애초 신기술이 나왔으면 평가를 거쳐 어떤 적응증에 사용하고, 치료비를 어느 정도 받고, 시술 전 어떤 진단적 검사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정해 줬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 했다.
신경성형술, 풍선척추확장술 등 이른바 비급여 시술들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것들로, 아직까지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이들 치료법은 카테터(가느다란 관), 풍선 등 특수 기구를 사용하는 비급여 치료라 한결같이 값비싸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들 시술은 경막외주사나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기존의 보존적 치료를 했는 데도 증상이 뚜렷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 선택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 중론이다. 디스크 등 척추 치료법에 대해 정형외과 교과서에서도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약물도 먹어 보고, 주사치료 등 해보는 것이 먼저’라고 나와 있다.
신경성형술은 척추 과잉치료의 가장 흔한 대상이다. 척추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신경성형술은 ▦디스크 증상이 여러 마디에 나타난 경우 ▦척추 수술의 후유증으로 경막과 주변 조직의 유착이 생겨난 경우 ▦보존적 치료를 했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등에 시술 받는 것이 좋다.
고주파열치료술은 돌출된 디스크에 자라 들어간 신경 조직을 고주파 열로 태워 없앰으로써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목적이다. 이 치료법은 보존적인 치료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만성요통 등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고주파열치료술은 시술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성태 강남초이스병원 원장은 “(카테터를) 병변 부위에 정확하게 삽입하는 기술과 삽입 후 탈출된 디스크를 고주파 열로 수축 및 응고시키는 과정에서 정확성이나 숙련된 경험이 없을 경우 정상적인 디스크에 열이 가해질 수 있어 증상이 외려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비급여 척추 치료법 중에서 가장 최근에 선보인 풍선척추확장술도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병변 부위에 카테터를 집어넣은 뒤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척추관을 치료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풍선 확장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치료법이어서 치료 효과를 입증할 임상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는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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