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실 것"…"예술은 현실 속에 있다"
"경험 많은 아줌마·할머니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9일(현지시간)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46)은 "기쁘다"면서도 "영화작품의 내용처럼 아시아와 한국의 노동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 건물에서 시상식을 마친 임흥순은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치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굉장히 기분이 좋다"면서도 이런 부담 때문인지 "글쎄요"라고 여지를 뒀다.
누가 가장 기뻐할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옆에 있던 기자가 "어머니?"라는 대답을 대신 내놓자 그때야 "아, 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를 고생시켜 드려 그러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다며 "일단은 영화 자체가 40년 동안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일한 어머니, 오랫동안 백화점 매장과 의류매장에서 일한 여동생의 삶에 영감을 받고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 속에서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동자나 서민들이 얘기할 수 있는 표현방식을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그의 어머니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사회성이 짙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비념'은 제주 4·3사건과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다뤘고 이번 '위로공단'은 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예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그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설명한다기보다는 현실을 얘기해주면서 일종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회색 무늬 양복 상의에 흰색 셔츠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신의 옷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만들어진 것일 테니 작품을 통해 "이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오게 되는가를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밀접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일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면서 이들의 지원으로 성장한 그는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남달라 보였다.
"여성들에게서 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희망을 봤다. 특히 경험이 많은 아줌마, 할머니들에게서 그렇다. 그분들의 경험을 통해 이 사회의 힘든 지점을 얘기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는 더 나아가 "지금 한국사회뿐 아니라 세계에서 터부시 되는 부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며 "한국사회에서 미술작가들이 죽음을 많이 다루는데, 저도 그것을 깊이 있게 다룰 생각"이라고 밝혔다.
죽음을 바라보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미래를 바라보는 하나의 길이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의 죽음이든 사건이든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든 고민을 하려 하고 작업으로 풀어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임흥순은 회화를 전공했지만, 이번 수상작은 95분 분량의 영화다.
미술과 영화의 결합에 대해 그는 자신은 그 경계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며 "미술도 미술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술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작품이 영화든 미술이든 본인에겐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서 자신이 작업을 앞으로도 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술가로서의 역할이니 그런 결합을 꾀하는 역할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장면마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배치했다"며 "캄보디아 촬영장면이 한국인들에게 생소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현재도 봉제공장에서 근무하는지를 물었다.
"어머니에게서 3년 전 대상포진이 일어났다. 섬유가 많고 환경이 좋지 않은 지하에서 일하시다 보니 그렇게 됐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때 그만두시게 됐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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