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성완종 1억' 받은 혐의
리스트 8인 중 첫 검찰 조사
檢 '증인 회유' 확인 땐 영장 검토
洪지사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
成 부탁 거절하자 메모 남긴 것"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8일 ‘1억원 수수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61)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 중 검찰에 소환된 인사는 홍 지사가 처음이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적극 부인했으나, 검찰은 그가 증인 회유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 중이다. 1993년 검사 시절 자신이 수사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다룬 드라마 ‘모래시계’의 큰 인기와 함께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면서 95년 정치권에 발을 들인 홍 지사의 20년 정치인생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관련기사 3면
이날 오전 7시55분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선 홍 지사는 서초동 서울고검 인근의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검찰 조사에 대한 최종 준비를 마쳤다. 출석 예정시간보다 5분 이른 오전 9시55분, 카네이션을 뗀 채로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그의 얼굴에는 다소 지치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돈 전달자 회유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하고는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홍 지사를 상대로 ▦2011년 6월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한테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 1억원을 받았는지 ▦지난달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측근들을 시켜 윤씨를 회유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각종 자료 등을 토대로 1억원 전달 당시 상황을 복원한 결과, ‘홍준표 1억’이라고 적힌 성 전 회장 메모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전달자’인 윤씨는 네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1억원이 홍 지사에게 건네진 상황에 대해 시종일관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 전달 장소가 의원회관 707호인지, 지하주차장의 홍 지사 차량인지 그 동안 언론 보도가 엇갈렸지만, 윤씨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홍 지사 쪽에서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소문을 흘렸을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팀에서 수사상황이 유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방해 행위는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이날 조사에서 “성 전 회장한테 돈을 받은 일이 결코 없다. 지인들이 윤씨를 접촉한 것도 나를 걱정해서 한 것일 뿐, 내가 지시하거나 부탁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이 윤씨를 한달 간 관리통제하면서 진술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홍 지사가 ‘문제의 1억원’을 받아 회계처리하지 않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쓰이는 게 보통인데도, 최근 선관위에서 확보한 당시 홍 지사 경선캠프의 자금 사용 신고내역에는 고작 1억1,178만원만 썼다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이날 자정을 넘겨 10일 새벽에야 마무리됐으며, 검찰은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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