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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vs 녹십자, 이번엔 '혈액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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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vs 녹십자, 이번엔 '혈액 전쟁'

입력
2015.05.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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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안동에 2018년까지

60만리터 규모 혈액제제 공장 건설

기존 생산시설보다 5배 커

내수시장 독점 녹십자에 도전장

'독감 4가 백신' 이어 또 맞대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SK케미칼과 녹십자가 백신에 이어 혈액제제로 다시 한 번 맞붙었다. 기존 시장을 독점해온 녹십자의 아성에 SK케미칼이 대규모 투자로 도전장을 던졌다.

혈액제제란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 필요한 성분을 뽑아내 의약품 형태로 가공한 것을 말한다. 주로 혈우병 파상풍 등 혈액 관련 질환 치료나 예방, 각종 수혈 등에 반드시 필요해 제약사에겐 안정적 수입원이다. 그만큼 백신과 혈액제제는 예방접종과 수혈 등의 수요가 많아 두 기업 간 경쟁이 소비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자회사인 SK플라즈마를 통해 혈액제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다. 지난 1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플라즈마는 2018년 6월 상업생산을 목표로 7일 경북 안동시에 연 60만리터의 혈액을 처리해 관련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공장은 경기 오산에 있는 SK케미칼의 현 혈액제제 생산시설보다 규모가 약 5배 크다. SK플라즈마는 이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세계 혈액제제 시장은 약 150억달러 규모인데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제약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생산 절차가 까다롭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해 중소 제약사들이 뛰어들기 힘들다. 지금까지 녹십자가 내수 시장을 거의 독점해 온 이유다.

SK케미칼이 파상풍, 혈우병 등 혈액질환 치료에 쓰이는 혈액제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북 안동시에 착공한 공장 조감도. 2018년 6월부터 혈액제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이 파상풍, 혈우병 등 혈액질환 치료에 쓰이는 혈액제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북 안동시에 착공한 공장 조감도. 2018년 6월부터 혈액제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케미칼 제공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혈액제제 매출은 SK케미칼 약 600억원, 녹십자 2,500억원이다. SK케미칼은 앞으로 SK플라즈마에 1,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매출을 2,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SK플라즈마의 이번 기공식을 혈액제제 전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혈액제제 사업의 관건은 원료인 혈액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녹십자는 2009년부터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혈액원을 인수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렸다. 헌혈 등 적십자를 통해 얻는 국내 혈액만으로는 내수 물량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SK플라즈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 업체의 혈액 조달 능력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SK플라즈마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원료 확보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사 간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부터다. 양 사는 독감 4가(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같은 날 동시에 허가 받았다. 독감 예방접종이 3가(3가지 예방)에서 4가 백신으로 옮겨가는 세계 추세에 따라 누가 먼저 국산 1호 4가 백신을 내놓을 지를 놓고 양 사가 다툼을 벌였다.

동종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과 혈액제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놓고 무리하게 다투기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투자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경쟁해야 제약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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