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인 김종훈(63ㆍ서울 강남을) 새누리당 의원이 난생 처음 1인시위에 나섰다. 자비를 들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이 벌어지는 미국 워싱턴DC로 가 지난달 28~29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의사당 앞에서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것이다. 그는 7일 기자와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위를 해봤다”며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낼 계기가 생기면 돈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_관료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1인시위는 의외였다.
“한미일 의원협의회를 정례적으로 하는데 일본 의원들로부터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고노담화 등으로 사과를 했다지만 진정성이 있다면 교과서에 실어서 미래세대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나. 미국 조야에 한일관계 경색의 원인이 아베 정권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_현장에서 반응은 어땠나.
“힐끗힐끗 보고 가는 사람도 많았고 가던 길 멈추고 찬찬히 읽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군 731부대 얘기는 잘 모르더라. 2013년에 아베가 수상되고 나서 731부대 상징하는 전투기에 오른 일이 있었는데, 그게 생체실험 포함한 악행했던 부대라고 설명해줬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
_실제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글쎄, 의원 한 명이 시위한다고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다만 SNS 등에서 시민들의 격려 메시지를 받으니 이런 행동이 국민의 여론을 한 데 모으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기회가 되면 또 할 것이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던 김 의원은 ‘국익 수호자’라는 박수와 ‘매국노’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_현 시점에서 한미 FTA를 평가한다면.
“FTA 하나로 모든 경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수입보다 수출의 증가 속도가 빠른 건 남는 장사였다는 증거 아닌가. 상품과 투자의 이동이라는 원래 목적에 국한하면 성공했다고 본다.”
_국회의원 3년째인데 관료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가.
“정치가 쉽지 않더라. 정부에 있을 때는 한가지 맡은 일만 해내면 되는데 국회의원의 업무는 상임위 활동과 민심 파악 등 종합적이다. 외교부에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현재까지는 하나라도 똑부러지게 하는 게 체질에 더 맞는 것 같다.”
▦김종훈 의원은
외무고시 8회로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냈다. 2011년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뒤 이듬해 19대 총선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현재 새누리당 국제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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