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국 정상 참석 최대 규모로 치러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은 러시아가 9일 27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가운데 옛 소련붕괴 이후 최대 규모로 전승 기념식을 개최한다. 러시아는 이번 기념식에서 2차대전 당시 명성을 떨친 무기와 함께 처음 공개하는 최신형 무기를 동원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친다.
8일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행사 마지막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상징물인 ‘레오르기예프 리본’도 도시 곳곳에 내걸리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기념식에는 각종 군장비 200여대와 전투기 140여대, 헬기 등의 대규모 행진이 예정된 만큼 당국은 리허설을 수 차례 반복하며 완벽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행진에는 2차대전 당시 이용됐던 T-34 탱크와 Su-100 자주포와 함께 처음 공개되는 최신형 T-14 아르마타 탱크를 비롯 코알리치야-SV 자주포,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하늘에선 4.5세대 전투기로 알려진 최신 전투기 수호이(Su)-35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95MS, Tu-160 등이 날며 행진을 장식한다. 지난 2010년 6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는 군사장비 160여대와 전투기 및 헬기 120여대가 동원 됐고, 69주년 기념식에는 150여대 군사장비와 69대 군용기가 참여했었다.
전체 퍼레이드 지휘는 올렉 살류코프 지상군 사령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맡는다. 최종 리허설을 구경나온 온 시민은 타스통신에게 “러시아가 저런 무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또 1만6,500명 병력이 붉은 광장을 행진하고 분열식을 거행한다.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와 인도 몽골 중국 등 러시아 우방국 10개국 군인들이 함께 참석해 과거 사회주의 동맹국들의 위용을 과시한다. 모스크바를 찾은 한 아르메니아 군인은 “열병식 후 군인들 무덤에 헌화하고 올 생각”이라며 “아르메니아인이든 러시아인이든 출신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가족이다”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은 이날 2차대전 참전부대 행진, 각국 군부대 행진, 군사장비 이동, 전투기 에어쇼 등 4부로 이어진 이번 행사를 연단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용맹과 헌신, 애국의 의미를 담아 휘날리는 ‘게오르기예프 리본’도 러시아 국민들의 애국심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2005년부터 2차대전 상징물로 널리 사용된 이 리본은 ‘화약’ 혹은 ‘연기’를 상징하는 검은색 줄 3개와 ‘불’을 상징하는 주황색 줄 2개로 이뤄져 있다. 1769년 예카테리나 여제가 터키와 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수여한 ‘성게오르기우스 훈장’에 사용됐던 것이 그 기원이다. 한 모스크바 시민은 현지 매체를 통해 “게오르기예프에 담긴 러시아의 역사를 기억한다”며 “전승 70주년을 맞아 마음이 벅차다”라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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