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5개 채널 야구 중복 중계… 이동국 "전파 낭비" 발언 논란 촉발
작년 축구 중계 KBS 3번, SBS 1번, MBC는 2년간 한 번도 중계 안 해
축구연맹과 월 2회 생중계 합의… KBS는 "1억" 무리한 제작비 요구
프로축구 전북의 스트라이커 이동국(36)이 제기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프로야구 중복중계 ‘전파낭비’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축구팬들은 “당연한 문제제기”라며 “K리그 경기 중계를 늘려야 한다”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야구팬들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며 중복중계를 옹호(?)나고 나섰다.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개막직전 1부리그(클래식)경기 중계권을 KBS, MBC, SBS 지상파 3사에 똑 같은 금액(15억원)으로 판매했다. 그나마 전체 228경기 중 7%에 불과한 16경기다. 하지만 실제 3~5월 전파를 탄 경기는 8일 현재까지 KBS가 5회 편성한 것 밖에 없다. MBC와 SBS는 중계권을 구매해 놓고 정작 중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방송사들의 프로축구 푸대접론이 나오는 이유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KBS는 3차례 중계에 그쳤고, SBS는 1차례, 그나마 MBC는 최근 2년간 단 한번도 프로축구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축구 중계가 ‘돈이 안된다’며 외면하고 있다. 축구 중계시간에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훨씬 많은 광고수익을 올리는데 왜 축구중계를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다. 따라서 굳이 프로축구 중계를 원하면 연맹측이 제작비를 지원해주면 고려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연맹과 KBS는 월 2회 생중계를 조건으로 시즌 결산시점에 제작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당 제작비는 3,000만원 정도지만 KBS측은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KBS가 16경기를 모두 중계한다고 가정하면 연맹측이 오히려 1억원 손해를 보는 희한한 구조다.
축구인들도 이 같은 참담한 현실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 한 축구인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방송사들이 ‘갑’의 입장인 상황에서는, 선처를 바라는 방법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동국은 지난 5일 자신의 SNS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린이날 축구 보고 싶은 어린이들은 어떡하라고’라는 글과 함께 이날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kt의 경기를 5개 방송 채널이 중복으로 중계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동국은 이어 ‘축구 보고 싶어요’‘한 경기 5채널 중계’ ‘전파 낭비’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이날 프로축구는 제주―울산, 포항―부산(이상 K리그 클래식), 안산―상주(K리그 챌린지) 등 3경기가 열렸지만 한 경기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이동국은 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중국)과의 경기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모든 스포츠를 다 즐기는 편이지만 똑같은 경기를 5개 채널에서 중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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