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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족으로 위장 안데스 산맥 넘어… 페루 청소년 목숨 건 마약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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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족으로 위장 안데스 산맥 넘어… 페루 청소년 목숨 건 마약운반

입력
2015.05.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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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수류탄 무장하고 경호원 대동

3~5일 여행에 150~400달러 목돈

지난 2월 28일 코카인 배낭족 적발에 나선 페루 경찰들의 모습.
지난 2월 28일 코카인 배낭족 적발에 나선 페루 경찰들의 모습.

깎아지른 듯한 페루의 안데스 산맥 절벽을 수십 명의 배낭 여행자가 줄지어 걷고 있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협소한 길을 걷는 배낭족의 대부분은 10대, 20대의 앳된 얼굴들이다. 이들에 앞서 소총을 든 경호원이 주위를 경계하며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밀수출 할 코카인을 지고 걸어서 안데스 산맥을 넘는 운반책들이다. 7일 AP통신은 코카인을 진 채 수일 동안 걸어서 마약밀매상에게 전달하는 이들의 위험천만한 도보여행에 대해 보도했다.

마르도니오 보르다(19)의 배낭 속에는 티셔츠와 속옷, 참치캔과 구운 옥수수, 찐 감자가 들어있다. 하지만 그 밑에는 반쯤 정제된 코카인 11파운드(약 5㎏)와 38구경 중국제 권총이 숨겨져 있다. 보르다와 같이 수백명의 10대 청소년들이 배낭족으로 위장해 코카인 운반책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들은 페루 오지인 아푸리막, 에네강과 만타로강 유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코카인을 배낭에 지고 3~5일씩 산을 넘어가 해외에 마약을 밀수출할 밀매업자들에게 전달한다.

배낭족들은 주로 4명 가량의 소그룹부터 70여명에 이르는 대그룹을 이룬다. 소총을 소지한 경호원까지 고용해 앞서가며 길을 살피기도 한다. 여행길에는 무장한 갱단이나 부패한 경찰, 코카인을 훔치려는 라이벌 배낭족들까지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어 보통 100마일(160㎞)에 달하는 여행길이 더 길어지기 일쑤다. 배낭족들은 배낭에 권총뿐 아니라 수류탄을 소지하고 여행길에 오른다. 이들 젊은 배낭족은 마약업계의 소모품으로 취급돼 목숨을 잃거나 두목 대신 체포돼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이들 코카인 운반 배낭족은 대부분 페루 좌익게릴라 반군 조직인 ‘샤이닝 패스’와 오랜 싸움으로 고통을 받은 퀘추아나 페루 최대의 아마존 원주민인 아샤닌카 부족 출신이다. 이 지역의 빈곤률은 페루 평균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낭족들이 목숨을 걸고 여행에 한번 나서서 받는 돈은 마약 무게에 따라 150~400달러. 농장 노동자가 하루에 10달러도 채 벌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코카인 운반은 목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보르다는 “벌거나, 다 털리거나”라며 “이건 마치 카지노 도박과도 같다”고 말했다.

보르다가 어깨에 진 11파운드의 반정제 코카인은 페루에서 3,500달러(약 380만원)어치이지만 미국에서는 값이 16배나 뛴다. 가루로 정제돼 뉴욕에서 팔리는 코카인은 무려 25만 달러(2억7,000만원)에 달한다. 미국정부는 세계 1위인 페루의 1년치 코카인 생산량 305톤 중 이 같은 도보여행으로 옮겨지는 양이 3분에 1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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