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변신한 롯데 심수창
1979년생 밴헤켄(36ㆍ넥센)은 국내 스프링캠프에 처음 합류한 2012년 직구 스피드가 시속 133㎞였다. 193㎝의 큰 키에서 내리 꽂는 직구가 140㎞는 고사하고 135㎞도 넘지 않자 선수들은 웅성 웅성댔다. 코칭스태프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른 네 살이던 2013년 직구 스피드를 146㎞까지 끌어 올렸다. 그 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전광판에 150㎞를 찍었다.
비밀은 휴식에 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푹 쉬니 스피드도 올라갔다”고 했다. 밴헤켄은 한국에 오기 전 7~8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면 다른 리그에서 또 공을 던졌다. 넥센은 그와 재계약을 하며 쉴 것을 권유했고, 서른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는 잃어버린 스피드를 되찾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롯데 심수창(34)도 밴헤켄과 마찬가지로 ‘스피드 업’에 성공한 투수다. 작년 2군에서부터 사이드와 오버핸드 두 가지 폼으로 던지며 재미를 보고 있는 그는 140㎞ 초반에서 형성되던 직구가 146㎞ 안팎으로 올랐다. 그는 “옆으로 던지면 아무래도 허리를 많이 쓰게 된다. 몇 번 던지다 보니 허리 쓰는 법을 알게 됐다”며 “오버핸드로 던질 때도 이를 응용하니 직구 스피드가 예전보다 많이 나오고 있다”고 웃었다.
-사이드암을 선택한 이유는.
“이종운 (롯데) 감독님이 지난해 잔류군 총괄(드림팀 수석)로 계셨을 때다. 나도 3군 쪽에 두 달 있었는데, 이 감독과 이용호 코치님이 옆으로 한 번 던져 보라고 하셨다. 두 분이 내 피칭을 지켜보면서 웬만하면 바꾸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구위가 훨씬 좋다고.”
-두 가지 폼으로 던지면 아무래도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건 없다. 내가 옆으로도 곧잘 던지니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날 따라 해보곤 한다. 다들 ‘어떻게 그리 던지냐’고 신기해 한다. 아무래도 내가 사이드암 폼으로 포크볼을 던져 그러는 것 같다.”
-선발로 나갔을 때 포크볼의 위력이 대단하더라.
“솔직히 옛날에도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그런데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니, 포크볼도 위력적이지 못했다. 지금은 직구가 140㎞대 중반에 형성되면서 포크볼도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 허리를 쓰는 법을 알고 나면서부터 스피드가 부쩍 늘었다.”
-선발 이후 두 차례 중간 투수로 등판했는데 어땠나. (4월30일 목동 넥센전 3이닝 무실점, 3일 대전 한화전 2⅔이닝 무실점)
“갑작스럽게 준비해 리듬 맞추기가 힘들었지만 팔과 어깨 모두 괜찮다.”
-한화전에선 마지막 두 타자를 남기고 내려갔는데.
“내가 세이브를 기록하는 투수가 아니지 않는가. 팀이 이길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만 하자고 마음먹고 올라간 것이다. 다른 욕심은 없었고 오직 잘 막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요즘 기분은 어떤가.
“작년까지는 모든 게 다 힘들었다. 올해도 원래 전력 외 선수였지 않은가. 시범경기 때 선발로 한 번 못 들어갔고 개막 엔트리에도 제외돼 실망이 컸다. 그래서 ‘2군에서 일단 모든 걸 잡아먹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고 인정했다. 이후 운 좋게 결과가 좋아 콜업됐고 1군 선발 기회도 잘 잡은 것 같다. 요즘은 그냥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하게 야구할 때가 언제였나 싶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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