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까지 34조원 규모 발행
연기금 등 장기물 매수가 관건
채권 금리 더 높아질 가능성
은행 의무보유 1년 후도 문제
가뜩이나 움츠러든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발등에 안심전환대출 유동화라는 불이 떨어졌다.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34조원 규모의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분할상환ㆍ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준 정책적 선택의 뒤처리가 맡겨진 것. 8일부터 내달까지 지난해 발행액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매물이 집중 공급되면서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MBS는 대출 취급 은행들이 매입해 1년 동안 의무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장기물(만기 10~20년)은 장기투자기관을 상대로 먼저 입찰을 붙이고 남은 물량을 은행이 인수한다. 선(先)입찰을 포함한 MBS 발행 작업은 이르면 내달 말 마무리된다. 1차분 3조6,000억원은 오는 12일 발행되며, 앞서 8일엔 1차분 중 장기물 1조1,700억원에 대한 입찰이 진행된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 관계자는 “이달은 8일과 21일, 다음달은 매주 장기물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채권시장의 MBS 장기물 소화 여부다. 당국은 보험사, 연기금 등 장기채권 수요가 많은 투자기관의 매수세에 기대를 걸면서도, 당초 13조원 규모였던 장기물을 10조원으로 줄이고 일부는 해외 발행을 검토하는 등 장기물 비중 축소에 안간힘을 써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 상승과 연동한 MBS 발행금리 상승(가격 하락)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장기투자기관들도 이번 MBS 발행을 앞두고 장기 우량채권 매수를 자제하며 매수 여력을 키워왔다”며 낙관했다.
그러나 공급 물량이 워낙 많은데다 최근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추가 가격인하 기대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달 13일 주금공이 발행한 MBS가 1조원 넘게 미매각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이번 MBS 공급물량에 대한 불안을 키운 점도 변수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MBS 금리 수준은 장기투자기관에 어필하기엔 여전히 부족해 첫번째 입찰부터 적극 응찰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량 유찰이 일어날 경우 해당 물량을 떠안은 은행들이 헤지 차원에서 보유 중인 국채 선물 등을 쏟아내면서 채권시장 약세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들의 MBS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는 내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금리 상승을 대비해 내놓은 대책(안심전환대출)이 오히려 시중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아이러니”(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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