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ing and Speaking
사투리 억양을 놓고 ‘당신은 왜 그런 억양을 쓰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자라면서 체득한 억양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어민 사이에서 발음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조롱하는 경우는 있다. 특히 기본 발음에 자음이나 모음을 습관적으로 첨가하는 경우에 그렇다. Idea의 발음을 ‘idear’처럼 ‘r’음을 첨가하면 우리가 보기엔 별문제가 없지만 원어민들은 ‘생각’을 ‘생가아악’처럼 발성하는 것으로 본다. Wash를 ‘워쉬’가 아니라 ‘워~ㄹ쉬’처럼 r음을 삽입해 발음하면 이상하게 들린다. 기본 발음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지켜줘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height’를 놓고 ‘하잇’이라고 하지 않고 마치 일본인들이 종성을 끄집어내어 별개의 음소를 만드는 것처럼 ‘하이뜨’처럼 발성하는 원어민이 있다. across도 ‘어크로쓰’가 아니라 ‘어크로스트’처럼 발성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한국의 10대나 20대 여성 중에 남자 앞에서 애교로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그랬어?’가 아니라 ‘그래떠?’ ‘밥 먹었쩌?’처럼 말하는 것이다.
차고(garage)의 발음을 놓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라쥐’ 다른 지역에서는 ‘개라쥐’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다양성 차원에서 인정하지만 Alberta 도시에서처럼 ‘그레이쥐’라고 발음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Glouchester 도시 이름을 ‘글로스터’가 아니라 ‘글로우체스터’로 읽거나 Worcester를 ‘워스터’라고 하지 않고 ‘워체스터’라고 발음하는 것, 그리고 Leicester를 ‘레스터’라고 하지 않고 ‘라이세스터’라고 발음을 하면 외국인이거나 교육이 낮은 원어민으로 본다. 외국인이 ‘서울’의 발음을 영어 철자대로 ‘쎄울’이라고 발성하면 처음 몇 번은 용서가 되지만 나중엔 짜증이 나는 것처럼 어느 문화에서든 발음의 허용 한계치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nuclear(뉴클리어)를 ‘뉴큘러’로 발음하거나 library를 ‘라이브러리’가 아닌 ‘라이베리’로, 혹은 ‘realtor’를 ‘리얼터’가 아닌 ‘리얼러터’로 발음하면 ‘retarded accent(정신지진아 발음)’이라고 눈총을 받는다. 우리말과 비교한다면 ‘경상도’를 ‘갱쌍도’라고 발음하는 것과 유사하다. bagel 빵의 발음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진다. 어떤 사람이 ‘베이걸’로 발성하면 듣는 사람은 ‘Excuse me?’라고 정색하며 ‘베이글’로 고쳐준다. 뉴질랜드 사람이 본국에서는 차이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미국으로 이민 와서 bear와 beer 구분을 정확히 하려고 애쓰는 경우도 있다. Here와 hair는 물론 wear와 where 등 유사한 발음도 특별히 또박또박 발성해야 한다.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을 못하는 것은 어휘를 모르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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