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순간이었다. 피츠버그 강정호(28)가 맞대결을 해보고 싶은 선수로 꼽았던 아롤디스 채프먼(27ㆍ신시내티)을 만났다.
강정호는 6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경기에 7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2타수 무안타 2볼넷으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시즌 타율은 2할6푼5리가 됐다.
2회말 첫 타석에서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상대 선발 마이클 로렌젠의 6구째를 공략했지만 유격수 땅볼로 돌아섰다. 1-4로 밀린 4회말에는 2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강정호는 2구째를 잘 받아 쳤지만 타구는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가 뜬공으로 아웃됐다. 7회 무사 1루에서는 볼넷을 얻어 나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강정호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긴 장면은 경기 막판에 나왔다. 그는 1-7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섰다. 신시내티 마운드는 쿠바출신의‘광속구 투수’채프먼이 지키고 있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부터 채프먼과의 맞대결을 꿈꿔왔다. 강정호는 채프먼에 대해 “기대가 많이 된다. 어느 정도의 공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투수의 공을 쳐야 훌륭한 선수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시속 160km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채프먼을 이겨낼 수 있어야 빅리그에 제대로 적응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채프먼은 강정호를 상대로 계속 빠른 직구만 던졌다. 강정호는 볼 2개를 골라낸 뒤 3구째 100마일(161km)의 직구를 받아 쳤으나 방망이가 부러지며 파울이 됐다. 이어 또 하나의 볼을 지켜본 뒤 3볼-1스트라이크에서 99마일(160km)짜리 직구에 헛스윙을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침착했다. 풀카운트에서 101마일(163km) 직구를 다시 골라내며 1루로 걸어나갔다. 꿈의 맞대결에서 안타는 생산해내지 못했지만, 볼넷을 얻어내며 밀리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9회말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 타자들이 채프먼에게 연속 삼진을 당하면서 1-7로 패했다.
강정호는 지역언론 트립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점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채프먼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낸 것은 아마도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매체는 강정호가 지금까지 34타수 9안타, 7타점, 홈런 1개를 기록했다면서 이 유일한 홈런은 피츠버그의 싹쓸이 패배로 끝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3연전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순간이었다고 소개했다. 또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에다 4년간 1,100만 달러에 피츠버그와 계약한 강정호는 결코 싼 선수가 아니라며 현재 극도로 저조한 팀의 득점력을 살리려면 강정호를 지금보다 더 많이 경기에 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텍사스 추신수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지난 2일 오클랜드전부터 시작된 연속 경기 2루타 행진을 5경기로 늘렸다. 시즌 타율은 1할5푼1리로 올렸다. 텍사스는 7-1로 이겼다.
김주희 기자 ju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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