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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공연, 스크린으로 본다

입력
2015.05.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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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숨' DnC 라이브 선봬

내달 '혜경궁 홍씨' 개봉 이어

창작 연극 매달 한 편씩 제작

오페라·음악도 극장 상영 늘어

지난해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영된 ‘NT 라이브 : 코리올라누스’. 할리우드 스타 톰 히들스턴이 출연해 국립극장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싶은 작품으로 꼽혀 2회 모두 매진됐다. 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영된 ‘NT 라이브 : 코리올라누스’. 할리우드 스타 톰 히들스턴이 출연해 국립극장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싶은 작품으로 꼽혀 2회 모두 매진됐다. 국립극장 제공

㈜영화사 숨이 연극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DnC 라이브(Drama& Cinema Live)’를 선보인다. 6월 4일 이윤택 연출의 ‘혜경궁 홍씨’ 개봉을 시작으로 한국 창작 연극을 매달 한편씩 제작해 전국 10여개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김은주 숨 마케팅실장은 “무대 연출가와 영화 연출, 촬영 감독이 함께 무대 동선과 배우 연기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샷을 활용하고, 연극 공연과는 차별화된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 드라마틱한 영화적 효과를 살렸다”고 설명했다. 작품 당 평균 제작비는 1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연극을 비롯해 오페라, 무용, 클래식 음악 등 무대 공연이 스크린으로 가고 있다.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 상영하는 사례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유명 공연을 값싸게 보급한다는 개념이었지만, 관객층이 두터워지며 공연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스크린에 옮긴 ‘더 메트 라이브 인 HD(이하 메트 라이브)’를 상영하고 있는 메가박스는 빈필하모닉과 베를린필하모닉 신년음악회, 빈필하모닉 여름음악회,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등으로 상영 작품을 늘려 2009년 11개에서 지난해 33개 작품을 상영했다. 2013년 빈ㆍ베를린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전국 30여개 상영관에서 상영돼 객석점유율 85%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티켓 오픈 2주만에 매진됐다. 올해부터는 롯데시네마가 이 대열에 동참해 파리국립오피라, 영국국립오페라 작품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국립극장은 지난해 3월부터 영국 국립극장이 제작한 대표 연극을 스크린으로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NT 라이브(National Theatre Live)’를 연간 레퍼토리로 선보이고 있다. 애초에 연극 ‘한 여름밤의 꿈’ 홍보를 위해 이 작품을 연출한 톰 모리스가 영국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다른 작품 ‘워 호스’를 상영했는데, 객석점유율이 105%에 달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연간 기획으로 고정한 것이다. ‘워 호스’는 3회 상영에 3,089명이 관람했고 유료객석 점유율이 무려 96%에 달했다. ‘NT 라이브’ 4개 작품 모두 유료관객이 90%를 넘었다.

신민경 국립극장 국제교류 담당자는 “‘NT 라이브’ 관객층은 중장년이 주를 이룬 국립극장 관객층과 확연히 다르다. SNS 반응을 분석해보면 분명 공연영상에 대한 수요가 있고, 이 수요가 기존 공연관객이 아닌 영화관객임을 알 수 있다”며 “연극을 전혀 안 보는 이들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 시즌 50여개국에서 상영되는 ‘메트 라이브’나 40개국에서 상영되는 ‘NT 라이브’ 등 애초부터 해외 판매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외국의 공연 영상사업에 비해 국내 영상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유명 공연을 기록한다는 공익적 목적에 치우쳐 있을 뿐 심층적인 관객 분석이나 제작기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NT 라이브’ 편당 제작비가 8억~10억원 선인데 비해 국내 공연 영상화 작업은 편당 2억원을 넘지 않는다.

재작년부터 공연영상화사업 ‘SAC 온 스크린’을 시작한 예술의전당 역시 대도시와 지방간 문화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과 ‘지젤’의 비롯해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 예술의전당 기획 연극 ‘메피스토’ 등 10여편을 제작했고, 지난해 전국 110개 극장에서 1만8,429명이 이 작품들을 관람했다. 김미희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장은 “영상ㆍ녹음기술이 해외 작품들에 못 미치고 무대공연을 하면서 만들어진 영상이다 보니 화면이 어둡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HD 화질의 4배 해상도를 갖춘 UHD로 화질을 높이고, 올해부터 연극 뮤지컬 발레는 드레스리허설이 아닌 공연 기간 중 카메라데이를 지정해 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촬영하는 등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공연영상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부터 두 장르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메트 라이브’나 ‘NT 라이브’ 등은 무대연출가와 카메라 감독이 함께 스크립트를 쓰고 배우들의 동선을 짠다. 공연을 그대로 영상에 담기만 하는 국내 방식과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예 무대 연출의 상당수가 영화감독 출신이다. ‘NT 라이브’의 레퍼토리 중 하나인 ‘리어왕’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1999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샘 멘데스가, ‘프랑켄슈타인’은 영화 ‘트레인스포팅’ 감독인 대니 보일이 연출을 맡았다.

신민경씨는 “연극 영상물은 클로즈업이 많아 자막 처리에 곤란을 겪을 때가 많아 한국의 공연영상이 해외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영화 관객을 공연으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시도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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