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년간 장미축제의 주무대가 됐떤 에버랜드 장미원.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약 5,000만명이 30년 동안 이곳을 방문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의 전신이었던 용인자연농원이 1976년에 개장했다. 지금의 장미원에 3,500그루의 장미가 심어졌다. 당시 조사 결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였다. 그러나 용인의 기후와 토양은 장미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땅을 파내고 다른 흙으로 채운 다음 장미를 심었다. 차가운 날씨에 얼지 않도록 그루마다 짚으로 싸매고 정성껏 보살폈다. 10년이 지난 1985년, 꼼꼼하고 세심한 관리로 장미원은 풍요하고 화사한 '꽃대궐'이 됐다.
그 해 6월 장미축제가 열렸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꽃 축제'가 놀라웠다. 감상용으로만 여기던 꽃이 음악, 공연과 만나는 문화가 새로웠다. 멀리서 구경하는 대신, 이제 꽃에 묻혀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환의 디스크쇼' 등 1980~90년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이 장미축제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열기는 자정이 넘도록 식지 않았다.
이런 장미축제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총 6,000만 송이의 장미가 선보였고 약 5,000만명이 다녀갔다. 장미축제는 에버랜드의 대표축제이자 '국민축제'가 됐다.
● 꽃 축제의 효시ㆍ'야간개장'의 시작
장미축제는 국내 꽃 축제의 효시다. 레저업계와 각 지자체가 앞다퉈 장미축제를 벤치마킹 했다. 현재 약 70개의 국내 꽃 축제의 시발점이 장미축제였던 셈이다.
테마파크의 야간개장도 장미축제에서 비롯됐다. 장미축제 시작에 맞춰 야간개장이 처음 도입했다. 야간개장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야간통행금지 해제(1982) 이후 딱히 즐길거리가 없었던 시절, 가족, 연인들이 장미축제를 찾아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장미축제가 처음 개최된 1985년에 연간 193만 명이 방문했다. 그 해 용인자연농원은 개장 이후 최초로 흑자를 냈다.
▲ 1987년 장미원. 에버랜드 제공.
● 100만 송이 장미로 꾸미는 '2015 장미축제'
올해 장미축제는 8일부터 5월 14일까지 열린다. 총 670여종 100만송이의 장미가 선보인다. 가든파티ㆍ존F케네디ㆍ문쉐도우ㆍ미스터링컨ㆍ카사노바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귀종들도 포함된다. 제일모직 식물환경연구소가 1년 6개월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신품종 장미 5종도 소개된다. 기존 장미는 오후에 향기가 약해지지만 신품종 장미는 향기가 저녁까지 간다. 'LED 장미'도 마련된다. LED 불빛이 들어오는 2만개의 장미 모양 조형물이 축제 기간 매일 일몰 후 폐장 시까지 켜진다. 사랑을 테마로 한 다양한 토피어리와 조형물도 설치된다. 지난 30년간 추억이 깃든 사진들도 전시된다.
● 3대가 즐기는 프로그램 풍성
올해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풍성해졌다.
축제 개막일인 8일에는 1980~90년대 라디오 공개방송을 재현한 '쇼 비디오자키'가 추억의 DJ 김광한의 사회로 진행된다. 구창모, 남궁옥분, 해바라기, 이용 등 '7080' 가수들이 총출동해 추억의 팝ㆍ가요 콘서트를 꾸민다.
야외 가족영화제가 15일부터 6월 6일까지 매주 금ㆍ토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에버랜드는 3,000명이 앉을 수 있는 잔디밭을 만들었다. 9일부터는 영화를 보며 캠핑과 피크닉을 즐기는 공간도 운영한다.
장미축제 30주년을 기념한 로즈 마칭밴드의 특별 퍼레이드(8일, 9일)가 진행되고 전통공예 장인과 함께 하는 천연 염색, 유리ㆍ단청ㆍ한지 공예 체험(9일 까지)도 마련된다.
장미축제 시작과 동시에 에버랜드는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 한다.
▲ 1987년 장미축제 때 열린 '이종환의 디스크쇼' 공개방송. 에버랜드 제공
▦ 숫자로 본 장미축제 30년(에버랜드 제공)
● 5,000만명: 장미축제 기간 누적 입장객(올해 예상치 포함). 국내 인구가 5,138만명(2015년 3월 행정자치부 기준)이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장미축제는 한 번씩 다녀간 셈이 된다.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국민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과 뇌리에 저장하게 해주는 '추억 저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 6,000만 송이: 장미축제 기간 전시된 장미. 이들을 일렬로 늘어 놓으면2,42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3회, 우리나라 해안선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면적은 7만6,000㎡(약 2만3,000평)으로 국내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합한 규모. 무게는 735톤에 달한다.
● 20만명: 지난 30년간 축제 준비에 투입된 인력
● 2,000주: 에버랜드가 매년 새로 심는 장미의 수. 장미는 10년이 지나면 면역력이 떨어져 노후목이 된다.
● 3회: 에버랜드 장미의 연중 개화 횟수. 일반적인 가정이나 근교 공원에 심어진 장미는 보통 연중 1회 개화한다.
● 18개국: 에버랜드에 자라는 장미의 원산국 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17개국과 올해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국산 장미까지 총 18개국의 장미들이 선보인다.
● 171색깔: 에버랜드에서 피는 장미 색깔의 종류. 에버랜드에는 흔히 접하는 빨강, 분홍, 자주뿐 아니라 주황, 연보라, 흰색 등 171가지 색깔의 장미가 있다.
● 670종: 에버랜드가 보유한 장미 품종 수
● 1,201그루: 에버랜드에서 가장 많은 장미의 그루 수. 독일 원산지인 장미 '심파지'가 에버랜드에 가장 많이 심어져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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