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워크숍 자료 미리 살펴보니
"방사선 피폭 인과관계 단정 못해"
지난해 법원 판결과 반대 내용 담겨
암 및 방사선의학 전문가들이 고리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의학적으로 원전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해 법원이 원전에 책임 있다고 인정한 판결과 반대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유사 소송을 준비 중인 다른 원전 지역 주민들이나 환경단체의 반발 등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6일 제주 컨벤션센터에서 ‘원전 주변 주민과 갑상선암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본보가 사전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연사로 참석하는 의학자들은 대부분 “원전 주변 지역의 갑상선암 발견 건수가 통계적으로 높지만 원전의 방사선 피폭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의견이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과장은 “원전의 방사선이 암에 영향을 미쳤다면 남녀 모든 부위에서 일관된 발병 위험 경향이 관찰돼야 한다”며 “국가암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1993~2008년 원전 주변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은 10만명 당 61.4명으로 서울(102.5명)이나 대전(109.4명)보다 낮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진영우 연구기획부장은 “원전 주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민들이 건강검진을 꼼꼼히 받아 갑상선암이 더 많이 발견됐을 수 있다”며 “갑상선암 검진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 여성의 갑상선암 발견률이 외국보다 평균 15배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재판 결과를 뒤집는 내용으로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고리 원전 인근에 사는 한 여성은 원전 때문에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며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한수원이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직후 한수원은 항소했다.
당시 법원은 2012년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조사 내용은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원전 4곳의 인근에 사는 암이 없던 성인 3만6,000여명을 20년간 추적 관찰해 암의 발병 추이를 다뤘다. 이 가운데 여성 갑상선암만 원전에 가까이 살 수록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의학자들은 “의학적으로 명백한 오류”라고 반박했다. 의학자들은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원전 인근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 수준이 일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반 환경을 뛰어넘는 고선량에 피폭돼야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원전관련학회들이 워크숍을 통해 한수원 옹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수원이 원자력학회 특별회원으로, 학회 사업에 각종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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