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상황이 장기적인 수출 부진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내리막에 접어들기 직전 일본의 주력 수출품들이 지금은 우리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잡았고, 이제는 한국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주력 품목 시장을 내줄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일 ‘추격 관점에서 살펴본 한ㆍ중ㆍ일 수출경쟁력 변화’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일본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주요 수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던 모습이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실제 1993년 일본은 ‘통신 및 녹음기기’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전체 품목의 점유율보다 2.2배 가량 높았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10년 뒤 1.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전체 평균 대비 2.2배에서 3.2배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 중국의 시장잠식까지 본격화되면서 결국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993년 9.6%에서 지난해 3.6%까지 떨어졌다.
우려스러운 건 우리가 일본을 벤치마킹한 분야에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10년 간(2003~2013년) 한국의 ‘사무용 기계 및 자동자료처리장치’ 부문 시장점유율은 전체 수출 점유율 대비 1.9배에서 0.5배로 추락했다. 하지만 중국은 같은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자국 수출 품목 대비 2.8배에서 3.0배로 올랐다. 이 기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에서 12.4%까지 뛰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2%로 지난 20년간 약 1%포인트 증가한 상황. 그러나 후발국의 추격을 감안하면 신산업 개척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이제 선진국을 모방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한다”며 “비교우위를 가지는 신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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