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Popular Phrases
최근 정부 기관이 각 부처의 영어 명칭 변경 때문에 바쁜 모양이다. ’영어다운 영어 명칭’을 구현하자는 데 시비를 걸 마음은 없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 부처의 이름이나 영어 명칭이 아프리카 후진국의 부처 명칭보다 더 후진적이어서 기대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부처의 영어 실력은 일개 중소 기업보다 못할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어륀쥐’ 발음과 ‘비즈니스 프렌들리’ 어쩌구 하면서 온 나라를 희화화한 이병박 정부 때의 정부 기관 영어 명칭은 참으로 창피하고 코미디 같았다. 그 뒤 ‘미래창조과학부’같은 명칭을 외국인에게 말해 줬다가 ‘time machine’ 만드는 부처냐고 조롱을 받았다. 군사작전이나 전술에 쓰이는 ‘strategy’를 붙인 ‘기획재정부’ 명칭을 외국인에게 말하면 정보 기관인 줄 착각을 한다. 이것은 곧 정부 부처의 영어 명칭 문제가 심각함을 말해준다.
한국 정부 기관의 명칭이 덕지덕지 누더기처럼 보이는 배경에는 한국 공무원들의 치적 남기기용 전시 행정 마인드가 있다. 지식 경제부를 ‘Ministry of Knowledge Economy’라고 하는데 도대체 지식과 경제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지식이나 창조, 미래처럼 추상적 어휘가 쓰일수록 명칭은 더욱 애매모호해지는 것을 왜 모를까. 그냥 농업부나 농림부처럼 간단한 명칭의 부처에서 축산 식품을 관장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왜 부처 명칭에 목숨을 거는가. 선진국처럼 간단하게 재정부라고 하면 뭐가 그리 구린 것일까. 왜 그리 관치 행정을 하듯 ‘기획’하고 ‘조정’한다는 후진국형 명칭을 쓰려고 하는지 주창한 범인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자고로 이름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어야 하며 특히 정부의 부처명은 척 들으면 무슨 기관인지 단박에 이해되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타임머신이나 우주선 만드는 곳이냐는 비아냥을 또다시 들어서는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가 한국처럼 정부 부처 이름을 그토록 자주 바꾸고 있는가. 미국의 경우 부처명은 몇 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그 명칭은 간단 명료하다. 그리고 일본식 영어 명칭 Ministry를 고집해서도 안 된다. 미국이 외무부라는 명칭 대신 왜 국무부(State Department)를 사용하는지 고민해보고 왜 한국은 일본식 영어를 따라하면서 Ministry를 고집하는지 자성해야 한다. 정부 기관의 영문 명칭을 행자부가 발벗고 나서도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그 방법과 과정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공무원들의 사고나 관습 속에서 영어다운 영어가 나올 수가 없다. 단언컨대 부처 명칭 작명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은 싹 빠지고 영어학자나 원어민 그리고 글로벌 환경에서 행정 경험이 있는 자문단을 꾸리면 며칠 만에 좋은 명칭, 뒤탈 없는 global 명칭이 나올 것이다. 차제에 도로명 안내, 기타 행정 용어까지 점진적으로 영어다운 영어로 개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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