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용의자 총격 사망 잇따르자
흉기 난동 방어 위한 룰 재검토 나서
흉기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대치거리 21피트(6.4m) 이내에서 발포할 수 있는 미국 경찰의 오래된 관행인 ‘21피트 규정’에 대해 경찰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는 21피트 규정이 과거 높은 범죄율에 시달리던 시절 도입된데다 퍼거슨시의 마이클 브라운 사건, 클리블랜드시의 타미르 라이스 사건 등 경찰의 총격으로 비무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까지 잃어가고 있다는 경찰의 위기의식에 따라 규정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21피트 규정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대안을 요구하는 경찰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대도시의 경찰은 경찰관이 사람을 쫓는 시점과 총을 뽑는 시점, 후퇴해야 하는 시점 등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
21피트 규정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경찰인 데니스 툴러가 1983년 발표한 자기 보호 차원의 훈련방법으로, 미국 경찰은 흉기 소지자가 21피트 이내로 접근할 때 경찰관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을 쓰는 것을 용인해왔다. 그러나 당시는 경찰이 갱단과의 폭력사태에 대응하는 일이 잦은데다 범죄율과 함께 경찰 사망률도 높았던 시기였다. 오늘날 범죄율이 낮아지고 대부분의 도시가 안전한 상황에서 21피트 규정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행정연구포럼의 법집행 정책그룹 이사인 척 웨슬러는 “경찰의 업무를 상품이라고 본다면 더 이상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웨슬러 연구팀은 이번 주에 워싱턴에서 수백명의 경찰국장들을 만나 21피트 규정을 대체할 새로운 훈련 방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새 훈련방법을 도입한 오클랜드 경찰은 무장한 경찰이 홀로 용의자를 쫓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경찰에게 ‘스마트 의사 결정’을 강조하는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매년 평균 8번의 발포가 있었던 오클랜드에서는 지난해 한 번도 경찰의 발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이 총을 뽑는 횟수도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경찰관조합 등은 경찰이 부당하게 비판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21피트 규정의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1피트 규정을 도입한 데니스 툴러는 “경찰에게 주저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그들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웨슬러는 “우리는 지난 20년간 수행해온 주요 방법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이 변화에 동의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