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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허술한 보복범죄 예방

입력
2015.05.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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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조두순은 당시 8세이던 나영이를 학교 근처 화장실로 끌고 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술에 취한 상태’였음을 감안하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5년 뒤인 2020년에 만기 출소한다. 이 때문에 나영이는 악몽에 시달린다. 출소한 조두순이 자기를 찾아내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영이의 두려움은 망상이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2013년 발생한 보복범죄 중 살인, 폭행, 상해, 감금 등 신체적 보복은 42.7%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전주에서는 여성을 납치·성폭행 한 범죄자가 신고자인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복 감정이 더해지며 살인이라는 더 잔인한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보복범죄는 원범죄(1차범죄) 이후 발생하는 2차 범죄를 의미한다. 보복범죄에 대한 대표적인 규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으로, 특가법은 보복범죄에 대해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가법은 사후적 규제 수단에 불과하다. 원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직접적인 구제 수단은 아닌 것이다. 물론 이들을 보호하고자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특신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특신법 또한 원범죄 피해자를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먼저 특신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다. 원범죄가 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조직범죄 등 특정범죄에 해당할 때만 특신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범죄가 협박과 폭행, 상해 등 더 경미한 범죄일 경우 특신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원범죄가 폭행(16.3%), 상해(18.7%), 업무방해(14.9%) 등에 해당되어 특신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보복범죄 피해자는 77.4%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보복범죄를 당한 것이다.

특신법으로 인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또 ‘범죄신고자 및 친족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즉 범죄를 신고하는 등 사법절차에 협력하는 사람만 신변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법절차에 협력하지 않은 경우 보복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특신법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애초에 특신법이 사법절차에 협력하는 신고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원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법이 없는 이상 현행법 하에서는 그 보호범위가 협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복범죄의 현황 및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2년 보복범죄 건수는 검찰 243건, 법원은 121건, 법무부는 310건으로 각 기관의 집계가 모두 달랐다. 보복범죄 현황의 경우 검찰은 2011년 132명, 2012년 243명으로 증가 추세라고 밝힌 반면, 경찰백서에는 2011년 345명, 2012년 336명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보복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신법의 적용 대상을 ‘보복범죄의 위험이 있는 자’로 확대하고 특신법이 적용되는 원범죄에 특정범죄 외에 일반범죄까지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보복범죄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교화를 통해 보복범죄 의사를 낮추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범죄 상황을 제시해 피해자의 두려움을 이해시키는 내용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하여는 범죄피해자에 대해 구체적인 속죄 계획을 세우는 ‘속죄 지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두려움을 이해하면 아무래도 보복범죄는 줄 수밖에 없다. 참고할만한 정책이다.

가해자가 언제 자신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끝나지 않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지옥과 같은 경험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인 만큼, 국가는 보복범죄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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