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강)정호가 좋아하는 홈런이었어요."
제자의 이야기가 나오자 스승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염경엽(47) 넥센 감독이 강정호(28·피츠버그)의 빅리그 첫 홈런에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뛰던 강정호는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아직 선발로 확실히 자리를 잡진 못했지만 점차 적응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 4일(한국시간)에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0-1로 뒤진 9회 상대 마무리투수 트래버 로젠탈에게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이다. 하지만 팀은 연장승부 끝에 2-3으로 졌다.
5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의 빅리그 데뷔 홈런 이야기가 나오자 환하게 웃음지으며 "정호가 딱 좋아하는 홈런이었다.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가 걸려 넘어갔다. 자주 나오던 곳으로 홈런이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팀이 패하며 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22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 때도 강정호가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으나 피츠버그가 역전패 당하자 "오늘 강정호의 활약으로 이겼어야 스포트라이트를 확 받았을 텐데 아쉽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축하와 함께 아쉬움을 담아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염 감독은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첫 홈런 축하한다. 네가 친 날 이겼으면 좋겠다. 네가 경기를 끝내줘라. 한국에서처럼 클러치 능력을 보여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찬스에서 강한 강정호의 장점을 드러내 더욱 확실한 자리를 잡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염 감독은 "정호에게서는 '네, 알겠습니다'라는 답이 오더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다. 안타를 치는 날은 조금 자도, 못 치는 날은 잠도 안 올 거다"며 마음을 썼다. 하지만 강정호답게 이 시기를 잘 이겨낼 거란 믿음도 있다. 염경엽 감독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버텨야 한다"며 제자를 응원했다.
사진=피츠버그 강정호.
목동=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