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신간 ‘좋은 사람으로 사는 법’
삶은 견디기 힘든 고통투성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하다. 가난 폭력 차별 부도덕 비리 등 던적스러운 세상사에 명치가 늘 뜨겁다. 불같이 일어난 마음으로 맞서보지만 내 몸만 그을리기 일쑤다. 세속에서 제정신으로 산다는 건 그렇게 힘겹다.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의 ‘좋은 사람으로 사는 법’(김영사)은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현대인을 위한 수행법을 담은 책이다. 영어판 원제는 ‘Good Citizen’. 17세에 출가해 베트남 전쟁 당시 전 세계를 돌며 반전연설과 평화운동을 이끈 만큼, 그는 깨달음이 산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절감하는 출가자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자기 종교에서 말하는 규범만 따르고, 어떤 사람들은 논리적 결과만 고려해 과학ㆍ실용적 접근을 하지만 세계윤리를 위해 불교가 공헌하는 방식은 이와 다르다”며 “깨어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강조하는 기본수행은 호흡이다. 그에게 “나는 이것이 내 숨임을 압니다”라는 말과 함께 가다듬은 호흡은 인간의 근본 괴로움과 그 해결책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가장 세련되게 자기 몸의 고통을 내보내는 수단이다.
“가난, 폭력, 기후변화와 같이 우리 주변의 온갖 고통을 보면 이런 문제들을 당장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먼저 자신이 최선의 상태여야 합니다. 정치가이든 과학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세상을 도울 수도 없습니다.”
그에게 ‘인생은 고통’이라는 불교 철학의 기본은 그저 묵묵히 산중 수행 속에 괴로움을 받아들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모두가 본래 모습으로 반짝이도록 하는 세계 시민 윤리의 기본이다. 술, 마약, 진정제 중독 역시 괴로움에서 도망치려고만 하기 때문에 생긴 일로 평가한다. 그가 제안하는 행복을 위한 수행법 즉 ▦고통을 포함한 지금 이 순간을 인지할 것 ▦고통과 행복처럼 공존하는 반대개념의 본질을 명상할 것 ▦자신의 괴로움을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돕겠다고 맹세할 것 ▦깨어 있는 마음으로 소비할 것의 네 가지는 마음에 즉각적인 청량감을 선사한다.
오늘도 도처에서 철벅대는 진흙탕 싸움에 견딜 수 없이 화가 난다면 탁닛한 스님의 조언을 다시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 세상에 괴로움이 없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것은 연꽃을 키워주는 진흙 없이 연꽃이 자라는 모습을 상상하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연꽃을 대리석 위에 심을 수는 없습니다. 연꽃을 피우고 싶으면 진흙이 있어야 합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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