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전량 회수·폐기" 주장
식약처 "3월 26, 27일 분만 조치"
이엽우피소 유해성 주장도 상반
다른 목소리 내며 소비자만 우롱
‘가짜 백수오’ 논란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사 결과부터 제품의 폐기 범위까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관의 뒷북 행정과 엇박자로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은 4일 “내츄럴엔도텍이 동일한 공급업자에게 지난해 12월17일, 올해 3월26,27일 세 차례에 걸쳐 백수오 원료를 받았으므로, 식약처가 12월17일 입고 물량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전량 회수ㆍ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식약처는 12월17일 입고 물량에 대한 검사에서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지 않다”고 결론 내 3월26,27일 입고 물량에 대해서만 폐기 조치할 예정이다. 제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3월 26,27일 입고 물량 외에, 앞서 다른 원료로 만든 제품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밝힌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공급자가 같다면 12월 입고 물량에도 이엽우피소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식약처 관계자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물량까지 법적 근거 없이 폐기할 수는 없다. 혼입 개연성이 있다고 폐기하는 것은 의심이 들면 아무나 구속할 수 있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양 기관은 여전히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식약처가 “이엽우피소는 섭취해도 문제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 소비자원 관계자는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서 식약처는 왜 몇 달 전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제품을 수거했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음료를 회수 조치하며 “이엽우피소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식경험 등이 없어서 사용을 안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원은 이날 홈쇼핑 업체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식약처와 소비자원 조사 이전에 유통된 백수오 제품에 대해서도 모두 환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홈쇼핑업체들은 식약처의 1월 검사(12월17일 입고물량)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소비자원 조사(3월 입고분) 이전 제품은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수오 검사 결과와 폐기 범위, 환불 조치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원과 식약처가 계속 다른 목소리를 내 사태 처리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건강기능식품 관리 주무부처인 식약처의 ‘뒷북’ 행정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한의사협회가 2013년 식약처에 두 차례나 공문을 보내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으니 조사해보라’고 했지만 ‘검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다 논란이 되니 뒤늦게 나선 것”이라며 “이런 식의 사후 대응으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이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백수오의 효능에 대해 서석교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백수오로만 효능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당귀 등 이미 효능이 검증된 다른 식품과 함께 투여했기 때문에 백수오의 효능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백수오만으로 검증한 논문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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