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지원받은 이현정의 '삼례' 호평
카메라 앞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카메라 뒤로 일하는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삼례’로 호평을 받은 이현정 감독의 인생은 다채롭다. 방송앵커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뒤 영화전문지 기자를 거쳐 설치미술작가와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이 감독은 1994년 케이블뉴스채널 YTN에 방송앵커로 입사했다. 방송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 이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인이 되고 싶다는 꿈은 꾸지도 않았다. “영화는 좋아했으나 감독이 되고 싶다는 주변 사람이 있으면 말리던 쪽”에 들었다.
방송PD 출신 상사가 이 감독의 숨은 재능을 일깨웠다. “최신 방송기자재가 널려 있는데 왜 배워보려 하지 않느냐”는 조언이 출발점이 됐다. 이 감독은 “(영상작업은) 바닷가에서 특별한 모래알을 찾는 듯한 지난한 일이었는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고, 미국에서 실험영화의 대표작들을 접한 뒤 (영화 진출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전문지 필름2.0 기자로 2년 가량 일한 뒤 2008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영화공부를 했다. 2012년 첫 장편영화 ‘원시림’을 완성했고, 2013년엔 두 번째 장편영화 ‘용문’을 선보였다. 실험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전주영화제에서 첫 소개된 ‘삼례’는 이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삼례’는 전주영화제가 신진감독 육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의 지원을 받았다. 1억원의 제작비를 받아 만들어졌다. 전주영화제가 미래를 기대하는 재목으로 이 감독을 점찍은 셈이다.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비상한 이미지 수집가 재능을 증명한 감독”이라고 이 감독을 평가했다.
이 감독은 ‘리람’이란 별도의 이름을 내걸고 설치미술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서울 논현동의 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지원을 받아 첫 전시회도 열었다. 전시회를 개최하려다 전북 삼례읍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게 됐고 새 영화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5일장이 여전히 열리고 일제의 모습까지 남아있는 지역적 특성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례’는 남자 시나리오 작가와 한 소녀를 통해 잊혀진 공간 삼례의 비루하면서도 한국적인 특징을 복원한다. 현실과 초현실을 섞은 영상미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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