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상수지가 37개월째 흑자를 이어가며 사상 3번째로 많은 10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151억9,000만 달러)보다 무려 54%나 급증한 234억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892억 달러를 훨씬 넘어 한국은행 예상치인 960억 달러까지 초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다. 그러나 최근 흑자는 수출입이 함께 쪼그라드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 나타나는 전형적 불황형 흑자다.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작용도 크다. 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우리 경제는 1986~1989년에도 38개월 연속 흑자를 이뤘다. 하지만 당시는 저유가ㆍ저금리ㆍ엔화 대비 원화 약세를 뜻하는 원저 등 ‘3저(低)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것이었다. 반면 요즘 흑자는 글로벌 저성장에 엔저까지 겹쳐 우리 수출이 맥을 못추는 가운데 기업 투자와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장 3월 수출입만 해도 수출은 49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준 반면, 수입은 383억6,000만 달러로 16.8%나 감소했다.
기업 투자와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격감이 걱정인 건 정부의 안간힘에도 경기회복을 이끌 만한 성장동력이 여전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은 불황이라도 반등 가능성만 있다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게 돼 있다. 소비 역시 경기회복 기대감만으로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수의 두 축이 여전히 부진한 건 경제 활성화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보다 과감한 재정정책 등을 통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살리는 한편, 국회도 6월로 또 다시 넘어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심각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 꼬이게 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상흑자는 원화 추가 강세 기대감을 낳고, 그런 기대감이 국내 증시 등에 과다한 외화 유입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유입된 외화로 환전수요가 급증하면서 원화를 밀어 올려(환율 하락) 상품 수출에 타격을 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과다 유입된 외화가 증시 등을 과열시키며 거품을 형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젠 정책적 차원의 경상흑자 관리는 물론이고 원화 강세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차원의 금리인하까지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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