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친 159개 더하면 556개… 야구 역사로 보면 MLB급 신화
"특별한 홈런 세리머니 준비 안해… 더그아웃 들어와 환호할 수도"
한국 프로야구에 400홈런 시대가 열린다.
‘국민타자’ 이승엽(39ㆍ삼성)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국내무대 13시즌을 맞이한 이승엽은 4일 현재까지 개인 통산 39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가 단 3개의 아치만 더 그리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 대기록이 작성된다.
전인미답의 고지, 400홈런의 의미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올해까지 34년간 개인통산 40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승엽이 397개로 가장 근접해 있고, 그 뒤를 양준혁(351홈런)이 잇는다. 현역 타자들 중에서는 NC 이호준(292홈런)과 한화 김태균(237홈런)이 2,3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과의 큰 격차만큼이나 이승엽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야구 역사가 깊은 미국, 일본과 비교해도 흔치 않은 대기록이다. 1876년 시작돼 올해 140년이 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00홈런을 달성한 타자는 51명이고, 이중 현역 선수는 단 4명이다.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역대 18명의 타자가 400홈런을 쳤다. 하지만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활약하던 시절까지 더하면 400홈런은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는 점에서 국민타자의 가치가 더 빛난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을 일본에서 뛰며 159홈런을 때려냈다. 한일 개인 통산 홈런은 556개다.
이승엽이 곧 홈런의 역사다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기록을 이야기할 때 이승엽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만큼 국민타자의 가치는 남다르다. 2013년 352호 대포를 쏘아 올려 양준혁(351홈런)을 넘어선 이후 그가 때려내는 홈런은 모두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의 기록이 되고 있다.
일찌감치 국민타자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1995년 5월2일 광주 무등구장 해태전에서 당시 선발 이강철을 상대로 프로 첫 홈런을 터트렸고, 1999년 최연소 100홈런(22세8개월17일) 기록을 세웠다. 거침이 없었다. 2001년에는 최연소ㆍ최소경기 200홈런(24세10개월3일ㆍ816경기) 고지를 밟았고, 2003년 최연소·최소경기(26세10개월4일ㆍ1075경기) 300홈런을 쏘아 올렸다. 300홈런은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1999년 54홈런을 때려내며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했던 그는 2003년 56개의 대포를 터트려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월간 최다 홈런 기록도 이승엽의 몫이다. 이승엽은 1999년 5월과 2003년 5월 각각 15홈런을 때려냈다.
꾸준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해외진출 시즌을 제외하고 1997년부터 2012년까지 8년 연속 시즌 20홈런을 달성했고, 1997년부터 2003년까지는 연속 시즌 30홈런을 작성했다. 1997ㆍ1999ㆍ2001ㆍ2002·2003년까지 총 다섯 차례 홈런 1위에 올라 최다 홈런왕 타이틀리스트이기도 하다.
이승엽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야구 참 어렵네요.”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에서 397홈런을 때려낸 뒤 만난 이승엽의 첫마디다. 그는 “최근에 급격히 감이 떨어져서 당황했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언제나 밝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그 어떤 고비에도 주저앉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이제는 프로야구 최초의 400홈런을 향해 성큼성큼 내딛고 있다. 여전히 연구하고, 노력하며, 땀 흘리면서 말이다. 그는 “긴장을 푸는 순간 야구는 안 된다”며 “반성할 건 반성하고, 상대투수들에 대한 연구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엽은 400홈런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하나 정도를 남겨두면 의식이 될 것도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다”고 웃음지었다. 평소에도 특별한 홈런 세리머니가 없는 그는 “400호를 쳐도 세리머니는 없을 것 같다. 인위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상대 투수를 배려했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짜릿한 순간일 터다. 그는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소리를 지르면서 기뻐할 지도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김주희 기자 ju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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