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 인근 위성도시 갈랜드서
무장 괴한 두명 차로 전시장 돌진
경찰과 총격전 끝 모두 사살당해
관람객 200여명 참사 벌어질 뻔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총격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그림 전시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 올해 초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피습과 똑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재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일 AF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위성도시 갈랜드의 무함마드 그림전시 경연대회에서 이날 저녁 6시50분(현지시간)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IS 추종자로 의심받는 무장 괴한 두 명의 총격으로 전시장 입구를 지키던 사설 보안요원이 총상을 입었고, 괴한 두 명은 부근에 있던 경찰의 응사로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사건은 전시회가 열린 갈랜드의 커티스 컬월 센터 주차장에서 20여발의 총격과 함께 시작됐다. 괴한이 차를 몰아 커티스 컬월 센터에 돌진하면서 건물 외곽을 지키던 보안요원 브루스 조이너에게 총격을 가했다. 갈랜드 시 경찰이 곧바로 지원 사격에 나섰고, 용의자들은 사살됐다. 조이너는 발목에 총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밤 늦게 귀가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커티스 컬월 센터를 즉각 봉쇄했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원한 폭발물 처리반을 투입해 용의자 차량에 대해 폭발물 탑재 여부를 다음날 새벽 늦게까지 조사했다. 차량 옆에 쓰러진 용의자들의 시신은 폭발물 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치워졌다. 전시장에 있던 시민 200여명은 근처 학교로 대피했으며 간단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또 월마트와 샘스클럽 등 인근 쇼핑센터에 머물던 이용객에게도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총격 사건이 무함마드를 풍자한 전시회를 노렸는지 여부는 4일 아침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FBI와 현지 경찰은 숨진 용의자들의 신원도 공개하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IS와의 관련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AFP통신은 중동 정세에 밝은 ‘SITE 정보그룹’을 인용, 영국 출신의 IS 조직원이 트위터를 통해 ‘IS 추종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나이드 후세인으로 알려진 이 조직원은 “미국 텍사스는 IS 전사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드디어 두 명의 형제가 총격을 퍼부었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조사에서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 본토에 대한 IS 추종세력의 첫 공격 사례로 기록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천문학적 전비를 쏟아 붓고도 미국 안보가 여전히 이슬람 테러분자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의미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에 본부를 ‘미국자유수호단’(AFDI)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려고 개최한 이 행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AFDI는 이번 행사를 위해 작가들로부터 무함마드 풍자 그림과 만평 350점을 받아 전시했고, 관객과 온라인 투표로 최고 작품을 선정해 상금 1만 달러를 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와 관련, 파멜라 겔러 AFDI 대표는 “무함마드를 그렸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폭력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부각하고자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반 이슬람 성향의 활동을 펼쳐온 겔러 대표는 사건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커티스 컬월 센터에서는 올해 1월 친 이슬람 행사가 열려 종교의 자유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당시 이 행사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건물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며 언론의 시선을 끌었고, AFDI가 이곳을 무함마드 만평 전시회장으로 선택한 것도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