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부는 중국 바람이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인기 가수가 공연을 펼치고 출연료 혹은 입장 수익만 챙겨가는 수준이 아니다. 막강한 플랫폼을 갖춘 중국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역량을 한층 강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오랫동안 중국시장을 노려온 SM엔터테인먼트, 이들보다 한발짝 늦게 출발했지만 선발대격인 YG엔터테인먼트만의 얘기가 아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도 가속페달을 밟으며 한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팝 제작자 사이에서 최근 화두는 언제나 '중국'이다.
◇ 후발 주자들의 역습 기회
후발 주자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씨스타, 케이윌, 보이프렌드 등이 속한 스타쉽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을 눈독들여온 스타쉽은 올 초부터 급물살을 탔다.
중국의 음악·영화·드라마 제작, 매니지먼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위에화엔터테인먼트 쪽과 연결고리가 생기며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양사는 상호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예고했다. 조만간 씨스타가 중국 활동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지난달 코스닥에 입성한 큐브 역시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스트, 포미닛 등을 앞세워 처음으로 중국 투어를 계획 중이다. 이와 별도로 홍콩 쪽 기획사와 손잡고 중화권을 겨냥한 새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
FNC도 2년 전 홍콩에 설립된 자회사를 통해 중국 진출의 거점을 마련했다. FNC아카데미 형태로 현지 아티스트 육성에 초점을 맞춰오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위에화와 손을 잡은 스타쉽이 가장 인상적이다. 중국 미디어 시장을 쥐고 있는 기업인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 빅3 견고한 터 닦기
SM·YG·JYP는 일찌감치 중국의 IT 공룡 3인방(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과 의기투합했다.
10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던 SM은 현지에서 최대 포털사이트를 갖고 있는 바이두와 지난해 MOU를 체결했다. 엑소나 소녀시대, 샤이니 등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중국 온라인망에 유통시키고 방송 제작에도 두루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최근 SM은 알리바바의 1,000억원 투자설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만간 SM차이나를 완성해 중국 활동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YG는 3~4년 전부터 터전을 닦아놓고 있다. 지난해 말 텐센트와 맺은 제휴는 본격적인 대륙 진출의 예고편이다. 텐센트 QQ뮤직을 통해 빅뱅, 2NE1, 싸이 등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공하고 방송 영상 제작도 함께할 계획이다. 세계 1위 명품 업체로 군림하고 있는 '루이비통 모에 헤네세(LVMH)'가 YG의 뒤를 받혀주는 것도 중국 진출에 수월한 요소 중 하나다.
JYP는 영미권에 공을 들인 사이 SM과 YG보다 진도가 느리지만 속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JYP의 박진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가수를 중국에 수출하는 건 아니다. 지금 말할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고 예고했다.
◇ 기대와 우려 공존
K팝 종사자들은 지금이 중국 사업에 최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부동산 투자에 몰렸던 중국 자본이 지난해부터 문화 콘텐츠로 옮겨왔다는 분석이다. 한중 FTA 체결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아울러 시진핑 체제에서 강화되고 있는 저작권 단속은 K팝 비즈니스에 확실한 동기여부를 가져다 주고 있다.
엔화 약세로 고전하는 기획사들에겐 단비를 맞은 셈이다. 그럼에도 위험 요소는 살아있다. 엔터테인먼트의 산업화가 이뤄진 일본과 달리 중국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멤버를 키우지만 스타가 되면 등을 돌릴 때 잡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한 음악 관계자는 "속담에 빗대자면 재주는 한국 기획사가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길 수 있다"며 "좋은 기회가 열린 때일수록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확실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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