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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지쳤다… 빚내 '묻지마 청약' 나선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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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지쳤다… 빚내 '묻지마 청약' 나선 30대

입력
2015.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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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자격 완화와 저금리도 영향

4월 당첨자 중 30대가

40대보다 1000명이나 많아

집값 떨어지고 금리 급등 땐

하우스 푸어 전락할 가능성 커져

30대가 올봄 청약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4월 수도권 청약 당첨자 중 30대는 3,822명으로 40대(2,762명)보다 무려 1,000명 이상 많다. 4월 청약시장에서 일시적인 변화라고 보기엔 격차가 크다. 그만큼 우려도 상당하다.

청약시장 30대 돌풍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전세난이다. 수년간 지속되긴 했지만 올해 들어 전셋값이 더 치솟고 전세 품귀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젊은층의 내 집 마련 욕구를 더 부추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이후 모처럼 찾아온 분양 훈풍, 청약 1순위 자격 완화(가입 2년 →1년),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저금리 등 환경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집을 1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40대 투자자보다는 자기 집이 없는 30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40~50대는 2000년 중반 부동산 급등기에 집을 많이 샀기 때문에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재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정부가 앞으로 신도시 개발을 중단하고 당분간 택지지구를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재 분양되는 새 아파트가 집 장만이 시급한 30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갈수록 비좁아지는 임대시장에서 발을 빼기 위해 급하게 청약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쏟아지는 물량들 중에 입지가 좋은 곳은 어딘지, 향후 환금성은 어떨지 등을 따져보지 않고 ‘묻지마 청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4월 1~30일 청약 결과가 나온 수도권 18개 단지 당첨자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일반분양에서 미달된 단지가 8곳인데 이중 6곳에서 30대 당첨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수원 ‘오목천동 서희스타힐스’는 104가구 모집에 16명만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0.15%에 불과했는데 당첨자 중 9명(56.3%)이 30대였다. 평균 경쟁률 0.02%로 더 처참한 성적을 거둔 경기 ‘양주신도시 푸르지오3차’는 744가구 모집에 당첨자가 12명에 불과했는데 역시 30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30대는 소득도, 축적한 재산도 적은 편이라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려면 대부분 대출을 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 금리가 급등하거나 소득이 줄 경우 새로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올 2월 기준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39세 이하의 젊은 층 대출 잔액 비중이 54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23.6% 증가했다. 이는 40대(11.6%), 50대(7.9%), 60대 이상(7.7%)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30대가 빚을 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주력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과거 베이비부머들은 집을 살 때 빚에 의존하지 않았고 대출을 받았다 해도 집값 폭등 시기를 거치면서 만회가 됐지만 앞으로는 집값 상승기가 올 거란 보장이 없는 데다 되레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30대가 집 때문에 많은 빚을 진다는 건 평생 부채를 안고 가야 한다는 걸 의미하며, 향후 이것이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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