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국의 범죄 스릴러 작가 루스 렌들(Ruth Rendell)이 85세를 일기로 영면했고, 가디언은 장문의 부고기사와 함께 다섯 꼭지의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황금단도상 수상 작가인 발 맥더미드는 추도문에서 지난 50여 년간 렌들이 개척해온 스릴러의 새로운 주제와 화법, 장르의 상시적 혁신(가능성)을 기리며 “영국의 추리문학계는 렌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썼다.
그 빚은, 스릴러 독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선물이었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활자 잔혹극(이동윤 옮김, 북스피어)의 첫 문장-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이 던진 차갑고 대담하고 강렬한 여운, 보고서 같은 건조한 문장으로 시대와 사회와 인간에 끼친 전율을 기억하는 이라면 맥더미드의 저 헌사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의 작품 60여 권 중에는 국내에도 몇 권, 아쉽지만 번역돼 있다.
그는 영국 귀족원(노동당) 의원으로서 조력자살 합법화에 헌신했고, 빈민 주거사업과 다르푸르 등 분쟁지역 아동 복지 등에도 큰 마음과 돈을 썼다. 75년 “따분해서” 이혼했다가 2년 뒤 재결합하면서 그는 “단 둘이 차 타고 200마일을 여행하면서 단 한 마디 말 없이도 마음 편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말곤 없더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사진=AP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