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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장악한 모바일게임 광고… '파충류형 뇌' 청소년이 위험하다

입력
2015.05.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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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 모델 내세워

청소년 폭력·性 집착 심리 자극

가상-현실 구분 흐릿하게 해

게임 몰입이 실제 범죄로 이어져

생존 경쟁 치열한 업체들 모른척

모바일게임 TV광고가 동물적ㆍ성적 본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광고 영상 스틸컷
모바일게임 TV광고가 동물적ㆍ성적 본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광고 영상 스틸컷

요즘 모바일게임 TV CF가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는 소재와 스토리로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청소년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기 연예인이 돌연 갑옷을 입은 전사로 변신해 섬뜩한 칼을 들고 전장으로 뛰쳐 나가는 줄거리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탈 억제’ 현상 유발 등 부작용이 적지않다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지적한다.

최근 TV 광고시장을 접수한 모바일 게임 CF는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파충류형 뇌’에서 진화하지 못한 현대인, 특히 청소년을 겨냥한 ‘기획광고’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폴 맥린의 ‘삼위일체 뇌(Triune Brain)’ 이론에 따르면 파충류형 뇌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가장 먼저 발달한 뇌로, 우리 뇌의 가장 안쪽(뇌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홍석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파충류형 뇌는 생존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어 감정이 없고 영역싸움에 민감하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음식과 성(性)에 집착한다”며 “게임광고 안에는 파충류의 특징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파충류처럼 갑옷을 장착하고, 생존을 위해 성능이 월등한 무기를 구입해 상대방에게 결정타를 가하는 게임의 법칙이 파충류의 세계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파충류의 뇌’ 자극하는 기획광고”

게임 광고 모델로 아이돌 스타나 유명 연예인이 등장시킨 것도 파충류 생태계를 닮아있다는 지적이다. 이홍석 교수는 “남성 연예인은 우월성을, 여성 연예인은 성적본능을 상징한다”며 “남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싶고, 우월적 위치로 여성을 지배하고 싶은 파충류적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 연예인들을 광고에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익명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선호하는지 훤히 알고 있는 것이 게임업체”라며 “어떤 연예인을 사용할지, 어떤 옷을 입혀야 할지 등 사전에 조사 연구된 데이터를 통해 게임광고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과 호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광고가 갈수록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장희 놀이미디어 교육센터 소장은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들이 게임 광고에서 보여준 모습을 청소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모방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실제로 유명 남성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등장한 모바일게임 광고는 “나는 지금 영겁의 서리대검과 함께 전투에 나갑니다”라며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대검을 휘두르며 뛰쳐나가는 모습이 클라이맥스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 극적 광고효과를 거두려는 게임업체들의 장삿속이 현실에서 엄청난 정신적 해악을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탈취 등 범죄를 저지른 10대 중에는 평소 ‘카트라이더’ 등 온라인 경주게임에 몰입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존 제품 광고는 제품의 정보만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되지만 게임 광고는 게임을 사용하는 유저(user)를 흡수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는다”며 “이런 광고에 노출된 청소년 중에는 폭력에 둔감해지고, 심지어 폭력을 정당하게 여기는 이른바 ‘탈 억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여성의 특정 부위를 과대 포장한 게임 캐릭터들도 문제다. 청소년 관련 NGO단체 활동가들은 “가상으로 존재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미의 기준이 되거나 이를 흠모하는 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현이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여성을 성 상품화한 게임 광고는 청소년들에게 성과 관련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홍준 교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여성은 시각적 만족을 위한 성적 상품에 불과하다”며 “게임 광고에서 여성의 존재는 짝짓기 대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업체들 생존경쟁에 부작용 알고도 눈감아”

문제는 게임업체들의 ‘광고 전쟁’이 반짝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유홍식 교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화면서 게임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재편됐다”며 “과거에는 게임을 출시하면 1~2년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이 기간이 6개월로 짧아졌다. 업체들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시장이 개편되면서 공략 대상이 24시간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청소년층으로 이동하면서 TV광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게임사 슈퍼셀은 자사의 모바일 게임인 ‘클래시오브 클랜’의 TV광고에 300억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1,3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총 매출의 15%를 TV광고에 쏟아 붓는 광고 공세를 펼친 것이다. 뒤질세라 ▦네이버(라인레인저스) ▦컴투스(서머너즈워) ▦4:33(영웅, 블레이드) ▦넥슨(영웅의 군단) ▦넷마블게임즈(모두의 쿠키,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레이븐) 등 국내 게임업체들도 지상파와 케이블 TV 등에 아낌없이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올해 모바일 게임 광고비용으로 지출한 비용만 370억 원이 넘는다. 유홍식 교수는 “경기침체 등으로 방송, 신문 등 메스미디어에서 게임 광고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폭력을 희화화 하고 선정적인 캐릭터 위주의 게임 광고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부모와 아이 함께 있을 때는 모바일 아닌 다른 놀이를

2013년 영유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미디어 노출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세 이하 영유아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맞벌이에 지친 부모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영유아들에게 스마트폰을 내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청소년기까지 과도하게 스마트폰에 노출되면 감정 기억 배려 사랑 등 정신적 행위를 담당하는 대뇌변연계가 발달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빈중현 부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적절한 휴식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데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져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고, 반항, 폭언 등을 하기 쉬워진다”며 “게임에 시간을 뺏겨 야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골 형성이 이뤄지지 않아 성인이 된 후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고, 수면시간도 불규칙해져 불면증이나 기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부모의 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무조건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뺏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맞벌이 등 경제적 여건 상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만이라도 모바일 게임이 아닌 다른 놀거리를 제공해야 아이들이 게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홍석 교수는 “피곤하고 귀찮아 아이들이 게임을 해도 방치하는 부모가 많다”며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전문의들은 “친구들도 다 하고 있다며 ‘전체 이용가’ 게임이 아닌 게임을 하고 있다면 접속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있는 게임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미국에서는 45%의 부모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58%의 부모가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한다. 전문의들은 아이가 부모와 함께 게임을 하면 게임중독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부모의 적극적 개입을 권하고 있다.

김치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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