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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의 심사직설] 할리우드 영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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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의 심사직설] 할리우드 영웅영화

입력
2015.05.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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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파괴 본능을 극적 표현

확산 따라 각 지역 고유한 문화 위축

문화 상상력에 밀리면 우리 미래 없어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웅들의 영화가 한창 인기다. 영웅들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한 도시나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악당들이나 괴물들을 무찌르고 마침내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한다. 영웅과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들이나 괴물들은 어두운 지하 세계나 외계에서 오게 되는데 인간의 잘못된 행동에 의하여 만들어지거나 어떻든 간에 인간과 어떤 관계를 항상 가지고 나타난다.

결코 관련이 없지 않다. 즉 인간의 어두운 심연, 즉 무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결국 악당이나 괴물은 인간의 원초적 공격성이나 도전하기 어려운 권위적인 힘을 상징한다. 이런 상대를 제압하는 영웅은 과거에 명석하고 흠결이 없는 거의 완벽한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요구에 따라 영웅들이 보통 사람들과 너무 달라서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지면 안 되므로 최근에는 조금 모자란 면이 있는 영웅들도 존재하고 혹은 어떤 소시민이 성장하여 영웅이 되거나 또는 차라리 여성을 영웅으로 내세우는 영화도 생겼다.

이보다 더 진화하여 최근 영화에는 영웅들이 집단으로 나온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의 영웅들의 활약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영화 초기에 어리숙한 소시민, 유색인종이나 여성이 희생되기도 한다. 인간의 공격성에 기초한 강력한 힘은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바이기는 하나 조절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아무나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며 마침내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특별한 영웅에 의해 제압이 된다.

실제로 인간의 공격성은 창조적인 역동성의 원천이며 잘 조절되어 현실에 맞게 표현된다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영화는 이런 공격성과 파괴적인 본능의 분출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뻔한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흥분한다. 영화가 인간의 원초적인 공격성을 충족시켜주는 대리만족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러한 적대적인 힘의 분출에 민감하고 특별한 쾌감을 느낀다. 그래서 공격성과 힘을 희석시키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성적인 요소와 기존 질서에 반항적인 내용을 가미하면 흥행을 보장하는 기본 구성이 완비된다.

그러나 할리우드식의 결말은 항상 똑같다. 이런 잠재적인 공격성의 분출은 너무나도 위험한 것이며 아무나 힘을 가져서는 안 되고 특별한 존재가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일반대중은 까불지 말고 소수 지배 엘리트 계층의 지도를 잘 따르라는 은밀한 타협을 은근히 영화에 몰입하는 동안 학습시키는 것이다. 관객들은 짧은 시간의 대리 만족을 경험하고 결국 정치적 지배이념의 학습을 마친 후에 극장 밖으로 나온다. 할리우드와 미국 정치판이 가까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고도로 세련되고 교묘한 정치 선전의 장으로 할리우드가 기능하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영웅 영화들은 마치 미국의 전지구적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복사하듯이 개별 영화들의 이야기를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영웅 영화들 간의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인류에 위협적인 인공지능망처럼 할리우드 영웅영화 네트워크가 주변부 국가들의 창의적인 영화적 상상력과 영화 산업의 기반을 궤멸하고 장악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문화는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며 창의적인 힘의 바탕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국의 과거 전통적인 영웅들은 가족적인 한이 많고 탐관오리들을 핍박하되 국가에는 충성하는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던가? 한국의 문화산업이 할리우드 영웅들의 총공세에 대항하여 어떠한 독창적인 내용으로 대응할 것인지 새삼 기대가 된다. 물량 공세는 어쩔 수 없더라도 문화적 상상력에서 밀리면 미래는 없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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