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롯데와 한화의 시즌 4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1일 대전구장(한화 7-5 승리). 지난날은 지난날이었다. 양 팀은 오해와 앙금을 풀고자 했다. 김성근(73) 한화 감독과 이종운(49) 롯데 감독은 경기 시작 30분여 전 한화 감독실에서 담소를 나눴다. 이 감독은 "인사 드리고 왔다. 김 감독님이 '잘하자'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빈볼 사건의 당사자 이동걸(32ㆍ한화)과 황재균(28ㆍ롯데)도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경기 시작 10분 전이었다. 하지만 묘한 긴장감 탓일까. 양 팀은 경기 중반까지 아쉬운 플레이를 잇달아 선보였다.
◇한화 실책 4개, 롯데는 병살 4개.
먼저 한화가 실책을 쏟아냈다.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김경언은 1회초 2사 후 황재균의 2루타성 타구를 더듬으며 3루까지 보내줬다. 곧바로 나온 최준석의 선제 투런포. 김경언은 이후에서도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 5번 강민호의 안타를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 2루 진루를 허용했다.
2회부터는 선발 쉐인 유먼이 짧은 송구에 애를 먹었다. 롯데 타자들은 유먼을 흔들고자 1회부터 적극적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지난 3년간의 동고동락으로 유먼의 약점을 이미 파악한 뒤였다. 그러자 유먼이 자멸했다. 2회 2사후 9번 문규현의 기습 번트를 처리하다, 4회 무사 1루에서 김민하의 보내기 번트를 잡고서 연거푸 1루에 악송구했다. 한화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마저 3회 선두타자 손아섭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1루로 잘못 던져 클리닝타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4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롯데도 상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마냥 얻어내지 못했다. '병살 3개를 기록하면 이길 수 없다'는 속설을 뛰어넘어 4개나 기록했기 때문이다. 1회 무사 1루에서 2번 손아섭이, 2회 무사 1루에서 8번 김민하가 상대 수비 시프트를 뚫지 못했다. 6회에도 선두 타자 9번 문규현, 1번 아두치가 연속 안타를 치고도 손아섭의 삼진, 황재균의 병살타가 이어지며 땅을 쳤다.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3회다. 롯데는 정근우의 실책, 황재균의 보내기 번트, 최준석과 강민호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6번 장성우가 초구를 잡아 당겨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에 당했다. 장성우는 왼손 유먼을 대비해 6번 타자 1루수로 출전했지만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실점 후 따라가는 한화의 저력
이날 한화는 병살 플레이를 유도하는 볼배합, 수비 시프트도 좋았지만 실점 후 바로 따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경언은 0-2로 뒤지던 1회말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듯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송승준의 높은 직구(147㎞)를 놓치지 않았다. 4회말에는 김태균의 솔로포, 정범모의 적시타가 나왔다. 김태균은 롯데가 4회초 3점을 달아나자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송승준의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정범모는 이어진 1사 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선수들이 투지를 보이자 이번엔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김성근 감독은 엔트리에 등록된 14명의 야수를 풀가동하며 6회말 빅이닝(4점)을 만들었다. 김경언이 4-5로 뒤지던 2사 만루에서 다시 한 번 환상적인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진행은 7회부터 좌익수 글러브를 껴야 했다. 7회초 2사 후 등판한 박정진은 7회말 지명타자 포지션이 없어지면서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결과는 드라마 같은 한화의 홈 6연승. 1만3,000명의 관중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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