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상황 고발에 "배신자" 고성
막무가내로 성명서 읽은 후 퇴장
북한 유엔대표부 소속 외교관들이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 진행을 방해하는 추태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유엔대표부와 한국 유엔대표부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가 북한 외교관들의 ‘막무가내’식 행동으로 10분 가량 중단됐다.
북한 외교관들의 돌출 행동은 첫 번째 증언자인 조지프 김(25)씨의 발언 직후 나왔다. 2007년 미국에 온 김씨가 열두 살 때 아버지가 굶어 죽고, 어머니가 중국을 왕래하다 붙잡혀 감옥에 간 아픔을 설명하자, 연단 아래에 앉아 있던 북 대표부 이성철 참사관이 발언권을 신청하지도 않고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사회자가 나중에 발언권을 주겠다며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 참사관은 듣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탈북자들이 “짐승조차 차례를 기다릴 줄 안다”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아랑곳 않고 성명을 모두 읽고서 퇴장했다. 성명 내용은 ‘탈북자들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들’이며 ‘이런 행사는 북한 정권을 흔들려고 미국이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에도 같은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하는 등 ‘북한 인권’이 논의되는 데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회의장은 북한 외교관들이 모두 퇴장한 뒤 정상을 되찾았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제이 조(28)는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팔에 안겨 죽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김혜숙(53)씨는 열세 살 때 노동 수용소에 들어간 이후 28년 동안 노예처럼 살았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공개 처형하는 장면을 수없이 봤다고 했으며, 수용소에서 나온 이후 6년 만에 다시 잡혀갔을 때에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 장면이 벌어졌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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