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체포된 후 숨져 미국 볼티모어 폭동을 촉발한 흑인 용의자 프레디 그레이(25)의 사망원인에 대한 볼티모어 경찰의 예비조사 결과가 30일 메릴랜드 주 검찰로 넘겨졌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경찰이 이날 조사결과를 공표하지 않은데다가, 그레이가 압송 과정에서 고의로 자해를 시도했다는 다른 죄수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와 사태의 향방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앤서니 배츠 볼티모어시 경찰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레이 체포에 관여한 6명의 경찰을 상대로 형사 30명이 조사에 매달렸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면서 현재까지의 결과를 주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해당 경관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미 언론들은 볼티모어 시위자들이 경찰의 가혹행위가 의심되는 그레이의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해온 만큼 경찰의 이러한 결정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이번 사태에 다시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12일 체포된 그레이는 체포 현장에서 경찰서로 이동하는 사이 압송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었고 척수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일주일 뒤 숨졌다.
특히 체포 과정에서 2명의 경관이 그레이의 등을 무릎으로 누르며 제압한 뒤 축 처진 그레이를 경찰차로 끌고가는 장면을 찍은 일반인의 동영상이 공개돼 경찰의 과잉행동 논란이 일었고 이것이 폭동을 유발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그레이와 같은 경찰 호송차량에 탔던 다른 죄수가 “(그레이가) 차벽에 (스스로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긴 압수수색영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장에 첨부된 진술서에서 이 죄수는 “그레이가 고의로 자해를 시도하려 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압송 도중 그레이가 “차 안에서 계속 싸울 듯이 저항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포함돼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당시 호송차량에는 금속 칸막이가 있어 그가 그레이를 제대로 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로 공개된 증언은 그레이의 사망 원인이 자해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지만, 유족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ABC방송은 이날 그레이의 시신을 부검한 검시관을 인용해 그레이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그레이의 치명적 부상은 그가 체포된 이후 경찰 압송 차량의 뒤쪽으로 세계 던져져 목이 부러졌을 때 발생한 게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맞다면 그레이가 "차 안에서 싸울 듯이 저항했다"는 WP의 보도는 신빙성이 의심된다.
비록 경찰은 이날 예비조사 결과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레이를 경찰서까지 압송하는 과정에서 압송 차량이 3차례가 아니라 4차례 멈췄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밴 차량이 3차례 멈췄던 것이 그레이가 차량 안에서 난동을 부려 이를 제지하거나 다른 죄수를 차량에 태우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설명했으나 한 차례 더 멈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레이의 응급조치를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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