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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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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은

입력
2015.05.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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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에스오일

1분기 3000억 안팎 흑자 전환

석유 제품 글로벌 수요 증가 아닌

美 정유사 파업 등 일시적 영향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낸 정유회사들이 1분기에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가 하락 및 다른 경쟁국가 공장의 정기보수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어서 흑자를 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얼마든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매출액 12조455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 업체가 전분기 4,702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낸 만큼 이날 실적을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으로 평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저유가 덕에 석유제품에 대한 국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7일 에쓰오일도 1분기에 최근 2년새 분기 단위로 최고인 2,38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석유제품에 대한 국제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라 미국 정유회사들의 파업과 공장 정기보수 등으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거부로 촉발된 유가 전쟁이 일시적으로 원유 수입국들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유가와 정제 이윤의 하락이 클 것으로 예상돼 장기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이란이 원유시장에 복귀할 경우 원유 공급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유가는 떨어진다. 지속적인 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에게 치명적이다. 유가가 쌀 때 사서 비축해 놓았다가 유가가 오를 때 석유제품을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늘지 않는데 중국과 중동, 인도 등에서 정유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어 부담스런 상황이다. 이란도 3~4년 안에 정유시설을 건설해 석유제품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SK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품질보다 가격의 영향이 훨씬 크다”며 “미국과 중동은 자체 생산하는 값싼 원료 때문에 석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고, 중국과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 탓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돼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기술자들이 최근 중동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어 정유업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의 아람코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국내 우수인력들을 데려가고 있다. 아람코는 1억~2억원대 연봉과 호텔급 숙소, 소득세 면제, 자녀 유학비, 50일에 가까운 연차 휴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한국 엔지니어들은 영국, 호주, 캐나다와 같은 최상위급으로 분류돼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다. 지난해에만 이미 수십 명이 아람코로 이직했고 올해도 5~10년차 직원들의 이직이 예상된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장기 전망이 어두운 만큼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인천 유휴부지 매각을 추진중이며 GS칼텍스는 직영 주유소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올해를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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