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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움직여 워크아웃 온갖 특혜… 금감원 윗선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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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움직여 워크아웃 온갖 특혜… 금감원 윗선은 몰랐다?

입력
2015.05.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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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2차 워크아웃

성완종씨가 인수해 경영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시련

2년 만에 조기 졸업, 채무 상환 연장 / 기부금은 크게 늘려 의혹 투성이

● 2013년 3차 워크아웃

성완종씨가 정무위 소속 의원 시절, 당선무효형 위기 처하자 서둘러

당국, 신한으로 주채권은행 바꾸고 감자 없이 출자전환만 종용해 성사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워크아웃을 세 번이나…”(금융권 관계자)

“위급한 환자를 수술실(법정관리)로 보내지 않고, 올 때마다 공짜로 약만 줘서 통원치료(워크아웃) 시킨 격”(법조계 관계자)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3차례에 걸친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둘러싼 의혹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남기업은 국회의원이면서도 기업인 정체성을 버리지 못한 ‘정치적 기업인’ 성완종의 분신이었다. 그에게 경남기업 살리기는 자신의 목숨을 건 생존 투쟁이었다.

세 차례 워크아웃, 그 중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개입한 2ㆍ3차를 살펴보면 그 시작, 과정, 결말이 각종 특혜와 예외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은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갔고, 은행은 주지 말았어야 할 돈을 줬고, 당국은 하지 말았어야 할 압력을 행사했다. 자연히 외압과 로비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30일 서울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30일 서울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1ㆍ2차 워크아웃-누가 조기졸업 시켜줬나

경남기업은 원래 성 전 회장의 회사가 아니었다. 1951년 설립된 경남기업은 87년 대우계열에 편입됐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었고, 98년 첫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경남기업은 워크아웃 중 수주목표를 달성하며 정상화했고, 결국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중견건설사 대아건설을 소유하던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인수를 통해 대형건설사로의 약진을 꿈꿨다. 인수합병을 통해 성 전 회장은 자산 1조원대 거대기업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초등 중퇴 학력 탓에 학연으로 승부할 수 없었던 그는 철저히 지연에 의지했다.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었고, 자유민주연합에 공천을 넣었다. 이렇게 쌓은 인맥과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나중에 중앙정계에 진출하고 경남기업을 퇴출 위기에서 구해내는데 활용된다.

특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건 2009년 시작된 2차 워크아웃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경남기업은 그 해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채무 상환연장 및 이자 감면 ▦신규 운전자금 1,950억원 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공사비 1,521억원 지원 등 혜택을 제공했다.

가장 두드러진 의혹은 조기졸업 특혜다. 애초 경남기업은 3년간 워크아웃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2년만에 정상기업으로 복귀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08년 249.9%였던 경남기업 부채비율은 2010년 256.6%로 높아졌지만, 예정보다 1년 일찍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게다가 채무 상환기일 연장(2년 6개월) 혜택까지 받았다.

이 수상한 특혜와 관련한 단서는 2차 워크아웃을 전후로 경남기업이 정치후원금 등으로 낸 기부금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2008년 경남기업 기부금은 54억원으로 전년보다 48.5% 증가했고, 워크아웃 중 기부금이 줄었다가 졸업 연도인 2011년 다시 급증했다. 충청포럼을 통해 정관계 인사와 접촉을 늘려 온 성 전 회장이 후원금을 통해 정계의 환심을 샀고 이를 워크아웃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차 워크아웃-금융당국 동원, 은행에 외압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계속된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은 특혜와 의혹의 종합선물세트다.

앞선 두 번의 워크아웃과 달랐던 것은 성 전 회장 스스로가 은행과 금융당국을 관할하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다는 점. 성 전 회장은 2012년 5월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곧바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 당선무효형임을 감안할 때 상급심에서 감형된다 해도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성 전 회장은 대법원 판결 전에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를 조급하게 밀어붙였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한 기업이 세 번씩이나 워크아웃을 받았다는 자체를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히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을 봐도 당시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정무위 의원 한 사람의 힘이 퇴출을 예상하던 시장의 합의(컨센서스)를 뒤엎은 것이다.

이 시기 금융당국이나 채권은행의 의사결정은 온갖 의혹들로 얼룩져있다.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었던 기간인 2012년과 2013년 경남기업에 대한 여신은 각각 25%, 17%씩 급증했다. 또 워크아웃 신청 직전이던 2013년 10월 주채권은행이 수출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뀌었다. 금융권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주채권은행이 바뀌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3차 워크아웃의 채권단 지원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채권단은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 감면 ▦운전자금 3,432억원 ▦전환사채 903억원 ▦1,000억원 출자전환 ▦공사지급보증 455억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선 2차보다 3차 약정 조건이 더 좋다. “재범 피고인에게 초범 때보다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만큼 이상한 조치”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신회수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이 과정을 주도했다.

이렇게 은행을 움직인 과정에 금융감독원이 깊숙이 개입했음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애초 채권단은 대주주 무상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을 동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금감원 담당 국장이 “대주주(성완종)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을 종용했다. 결국 성 전 회장의 희생(감자) 없이 은행만 손해(출자전환)를 보는 것으로 결론 났다.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전직 은행 간부는 “감자 없이 출자전환만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의아해 했고, 현직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 그 부분이 가장 이해 안 되는 대목”이라 말했다. 관건은 배후다. 감사원의 결론처럼 금감원 국장만이 개입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 배후에 누가 있는 건지, 혹은 당시 최수현 원장 등 윗선의 개입은 정말 없었던 것인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금융당국 전직 인사는 “이런 중요한 사안이 윗선에 보고조차 안 되고 담당국장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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