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입주기업에 "임대료 미리 내라"
일부 지급받아 흑자 경영인 척 꾸며
지난해 연말 억대 성과급 잔치 벌여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이 지난해 경영이 악화되자 회계를 조작, 억대의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물 입주기업의 이듬해 임대료 일부를 미리 받아 경영수지를 흑자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이 기관은 현재 직원 월급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3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은 지난해 11월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경기장 스포츠센터 위탁업체 A사에게 2015년치 1분기 분 임대료 5억원을 사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임대 수익사업이 악화, 적자가 누적되자 재단이 임대료를 선불로 내도록 ‘갑질’을 한 것이다.
재단의 경영난은 2004년부터 월드컵경기장 내에서 2,600여㎡ 규모의 웨딩홀을 운영하고 있던 B업체가 지난해 수개월 치 임대료 5억4,000만원을 내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같은 해 3월 이전한 팔달구 임시청사 자리 1ㆍ2층 5,640여㎡도 신규 입점하려던 업체의 투자지연으로 공실로 남아 연간 10억원에 달하던 임대수익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회계상 이런 적자 규모를 숨기려 임대료를 미리 받아내는 편법을 쓴 재단은 뻔뻔하게도 연말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재단의 30여명 직원들은 직급별로 300만~400만원씩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5월 경기도의 공공기관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재단은 현재 임대료 수입이 바닥을 치면서 지난달에만 3억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달과 이달 치 직원들의 급여 8,000여만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관리 감독기관인 경기도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가 최근 감사를 통해서야 확인했다. 도 관계자는 “전 사무총장이 몇몇 직원과 짜고 벌인 일”이라며“감사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을 엄중히 징계하고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도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단은 전 직원의 기본급을 10% 삭감하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임대료를 내지 않고 폐업을 신고한 전 웨딩홀 업체에 대해서는 밀린 임대료에다 시설 철거비, 공공요금 사용료 등을 합해 모두 8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도 냈다.
재단의 경영난에 대해선 ‘정피아’ ‘관피아’로 대표되는 낙하산 인사를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재단 설립 이래 사무총장에는 대부분 도지사 선거캠프 인사들이, 본부장에는 경기도와 수원시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꿰차왔다.
재단의 한 직원은“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경영을 망쳐놓은 것”이라며 “누적된 것이 곪다 결국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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